벚꽃 개화는 겨울 저온으로 휴면이 풀린 뒤 2~3월 기온이 쌓여야 시작되며, 기상청은 표준목 한 가지에 꽃 세 송이가 피면 개화로 본다. 그래서 기온이 높은 남부와 해안이 먼저 피고 중부·내륙·산간·영동으로 갈수록 늦어져 전국 개화가 2주 안팎에 걸쳐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여러 지역을 보려면 남쪽부터 북상하는 일정을 잡되 개화일은 해마다 바뀌므로 출발 직전 기상청 날씨누리의 실시간 개화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벚꽃이 피는 날은 봄 날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벚나무 꽃눈은 전해 여름에 이미 만들어진 뒤 겨울 동안 휴면 상태로 추위를 견딘다. 이 겨울 저온을 일정량 이상 겪어야 비로소 휴면이 풀리고, 그다음 쌓이는 봄 기온에 반응해 꽃눈이 자란다.
그래서 개화 예측에는 달력 날짜보다 '기온의 누적'이 쓰인다. 기준 온도 이상인 날들의 온도를 더해 가는 적산온도, 생장도일 개념이다. 휴면이 풀린 시점부터 이 열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꽃이 핀다. 포근한 봄이 일찍 오면 누적이 빨라져 개화도 앞당겨진다.
벚꽃 개화는 2월과 3월 기온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특히 개화 직전인 3월 중순 이후에는 햇볕이 많고 기온이 높아야 한다. 이 시기 꽃샘추위가 되풀이되거나 흐린 날이 이어지면 개화는 며칠씩 미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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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벚꽃은 제주와 남해안에서 먼저 피어 북쪽으로 올라온다. 위도가 낮을수록 봄 기온이 먼저 오르고, 그만큼 적산온도가 빨리 채워지기 때문이다.
2024년 관측을 보면 순서가 뚜렷하다. 제주가 3월 중하순으로 가장 빨랐고 부산 3월 25일, 대구 3월 26일, 광주 3월 27일로 남부가 이어졌다. 중부인 서울은 4월 2일, 동해안 강릉은 3월 31일이었다. 남쪽 끝과 중부의 개화일이 2주 안팎 벌어진 셈이다.
이 시차가 '벚꽃 전선'이라는 말을 만든다. 개나리와 진달래도 대체로 같은 순서로 남쪽에서 북상한다.
위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차이도 있다. 바다에 가까운 해안 지방은 수온 덕분에 기온의 연교차가 작다. 겨울이 내륙만큼 혹독하지 않고 봄 기온도 비교적 완만하게 오른다. 부산, 여수, 목포 같은 해안 도시가 같은 위도의 내륙보다 개화가 빠른 배경이다.
고도도 변수다. 산지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 개화가 늦다. 한 연구에서는 같은 위도에서 고도가 100m 높아질 때마다 평균 이틀가량 개화가 늦어진다고 봤다. 같은 명소라도 산자락과 평지의 절정이 며칠씩 벌어지는 이유다.
동해안 영동지방은 예외적으로 늦는 편이다. 북동기류가 들어오면 늦은 눈과 저온이 이어져, 비슷한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개화가 평년보다 6일가량 늦어진 해도 있었다.
뉴스에 나오는 '개화'에는 정해진 기준이 있다. 기상청은 지정한 표준목의 한 가지에서 꽃이 세 송이 이상 활짝 피면 개화, 나무 전체의 80% 이상이 피면 만발로 본다. 서울은 종로 서울기상관측소의 왕벚나무를 1922년부터 관찰해 왔다. 관측자가 매일 같은 나무를 육안으로 확인해 기록의 일관성을 지킨다.
주의할 점은 기상청이 개화일을 미리 예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포털과 기사에 뜨는 예상일은 민간 기상업체나 산림청 자료를 바탕으로 한 예측이다. 해마다 2~3월 기온에 따라 쉽게 달라지므로, 출발 전에는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개화 현황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여러 지역의 벚꽃을 보고 싶다면 개화 순서를 그대로 일정에 옮기면 된다.
꽃샘추위가 길었던 해에는 전국 개화가 함께 밀리기도 한다. 일정이 빡빡하면 남부 한 곳을 확실히 잡고, 북상 구간은 개화 상황을 보며 유연하게 정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