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영암 등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진되면서 마당에서 닭을 키우는 소규모 가정도 방역 사정권에 들어왔다. 야생조류 분변에 노출되기 쉬운 방사 사육이 가장 큰 위험이므로 풀어놓기를 멈추고 사육장을 소독하는 것이 먼저다. 폐사 증가나 식욕 저하 등 이상 증상이 보이면 경미하더라도 가축전염병 통합 신고전화 1588-9060 또는 1588-4060으로 신고해야 한다.

최근 전남 장흥과 영암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확진됐다. 당국은 항원이 확인된 즉시 농장 출입 통제, 살처분, 역학조사, 일시이동중지 명령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상업 농장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당에서 닭 몇 마리를 키우거나 텃밭 옆에 작은 사육장을 둔 집도 방역 사정권 안에 있다. 소유 규모와 상관없이 가금을 기르는 사람은 방역 대상이자 신고 의무자다. 확진 소식을 들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닭을 풀어놓던 습관부터 멈추는 것이다.

Rajul
고병원성 AI는 주로 철새 같은 야생조류를 통해 퍼진다.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닭은 야생조류나 그 분변과 직접 닿을 가능성이 커서, 밀폐된 상업 축사보다 오히려 노출 위험이 높을 수 있다.
실제로 당국은 야생조류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되면 전국 단위로 가금 방사 사육을 금지한 적이 있다. 소규모일수록 방역이 느슨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한 소규모 토종닭 농장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방역 시설도 없이 운영하다 바이러스가 돌았다. 마당 사육은 '작으니 괜찮겠지'가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확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것은 야생조류와의 접점이다.
풀어놓고 키우던 닭은 지붕이나 그물로 가린 공간 안으로 들인다. 모이와 물그릇은 야생조류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실내나 지붕 아래에 둔다. 야생조류가 모이를 나눠 먹거나 분변을 남기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접촉 지점이다. 인근에 저수지나 철새가 모이는 물가가 있다면 그쪽 출입도 당분간 삼가는 것이 좋다.
접촉을 줄였다면 다음은 사람과 장비를 통한 전파를 막는 일이다.
사육장에 드나들 때는 전용 장화나 신발을 따로 두고 갈아 신는다. 외부에서 신던 신발 바닥에 묻은 분변이 바이러스를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 전후로 손과 신발을 소독하고, 외부에서 들여오는 기계나 장비, 사료 포대는 세척·소독한 뒤 반입한다. 확진 기간에는 다른 집 가금을 사 오거나 내다 파는 일도 멈춘다. 중점방역관리지구에서는 소규모 농장의 가금 구입·판매를 제한하기도 한다.
방역의 마지막 축은 빠른 신고다. 다음 증상이 보이면 의심해야 한다.
이런 뚜렷한 증상뿐 아니라 사료를 덜 먹거나 기운이 없어 보이는 경미한 변화도 신고 대상이다. 신고 전화는 가축전염병 통합 신고전화인 1588-9060 또는 1588-4060이다. 전화 외에 서면이나 전자문서로도 신고할 수 있다. 가금 소유자에게는 신고 의무가 있으므로, 애매하다고 미루기보다 당국의 판단에 맡기는 편이 낫다.
마당이나 주변에서 죽은 야생조류를 발견했을 때도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같은 번호로 신고하면 된다.
고병원성 AI는 사람이 손쓸 수 없는 재해처럼 보이지만, 마당 단위에서 막을 수 있는 구간은 분명하다. 풀어놓기를 멈추고, 야생조류 접촉을 끊고, 이상이 보이면 즉시 신고하는 것. 확진 지역에서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내 닭과 이웃 농가로 번지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