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서울 구룡마을에서 난 불은 약 13시간 만에 꺼졌고 1~3지구 77가구 107명이 피해를 입었다. 불에 잘 타는 자재로 지은 집이 붙어 선 노후 밀집촌은 강풍과 좁은 길이 겹치면 불길이 순식간에 번진다. 미리 대피 경로와 챙길 물건을 정해두고, 피해를 입으면 지자체 임시 거처와 재해구호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10월 27일 오후 3시 50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2지구 가건물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1·3·7지구와 인근 구룡산 일부까지 번졌고, 소방 당국이 완진을 알린 것은 이튿날 오전 4시 39분이었다. 꼬박 12시간 49분이 걸렸다.
주민 39명이 스스로 몸을 피했고, 강남구는 1·2·3지구 77가구 107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30대 여성 한 명이 다리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을 뿐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진화에는 인력 232명과 헬기 6대, 장비 110대가 투입됐다. 화재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경찰과 소방이 현장 감식을 통해 조사할 예정이다.
Photo by Elliot Gouy on Unsplash
밀집 주택가의 불이 무서운 이유는 집 한 채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구룡마을 판잣집은 보온용 솜인 '떡솜'과 비닐, 합판처럼 불에 잘 타는 자재로 지어졌고, 그런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한 채에 붙은 불이 옆집 벽을 타고 옮겨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뜻이다.
여기에 그날 밤 강풍이 겹쳤다. 바람은 불씨를 수십 미터 밖으로 날려 새 발화점을 만든다. 날이 어두워 진화가 더뎠고, 쓸 물이 부족했으며, 좁은 길 탓에 소방차가 안쪽까지 들어가기 어려웠다. 마을 곳곳에 LPG 가스통과 전선이 뒤엉켜 있어 2차 폭발 위험까지 있었다. 노후 밀집촌이나 그 옆에 산다면, 이 조건들은 남의 동네 이야기가 아니다.
대피의 첫 단계는 뛰쳐나가는 게 아니라 '불이 어디서 났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소방 당국 집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아파트 화재 사상자의 약 39%가 정작 불이 나지 않은 집에서 대피하다 변을 당했다. 복도와 계단에 연기가 찼는지 보지 않고 무작정 나선 탓이다.
순서는 이렇게 잡는 게 안전하다.
챙길 것은 많지 않다. 연락과 신고에 쓸 휴대전화, 신분증, 복용 중인 약 정도면 된다. 물건을 더 챙기려 다시 들어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짐보다 사람이 먼저다.
집을 잃으면 가장 먼저 기댈 곳은 지자체가 연 임시 대피소다. 이번에도 강남구가 개포중·구룡중 체육관과 인근 숙소를 대피 공간으로 열었다. 평소 거주지 주민센터나 시·군·구 재난안전 부서가 어디에 대피소를 여는지 알아두면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그다음은 재해구호법에 따른 구호다. 주거시설을 잃거나 파손당한 사람에게는 임시주거시설과 생활필수품, 의료·위생, 심리회복 지원이 제공되며 구호 기간은 6개월 이내(연장 가능)로 정해져 있다. 신청과 지정은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이 맡는다.
주의할 점은 '화재 피해금' 성격의 현금 지원은 전국 공통이 아니라 지자체 조례에 따라 기준과 금액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피해 면적에 따라 수백만 원을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신청 기한(진화일로부터 며칠 이내)과 증빙 요건이 지역마다 다르다. 그러니 금액을 섣불리 믿기보다, 피해를 입은 즉시 해당 주민센터와 시·군·구 재난안전 부서에 무엇을 언제까지 신청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