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호 태풍 참피가 10월 하순 제주 남쪽을 지나며 12년 만의 '10월 태풍'이 됐고, 1951년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준 10월 태풍은 다섯 차례뿐이다. 여름 태풍을 막던 북태평양고기압이 가을에 약해지고 바다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드물지만 늦가을에도 태풍이 북상할 조건이 갖춰졌다.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어도 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바람보다 강수량과 침수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30호 태풍 참피가 10월 25일 제주 남쪽 해상을 지나며 한반도 날씨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기상청은 참피가 26일께 온대저기압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한여름도 아닌 10월 말의 태풍은 낯설지만, 드물 뿐 없던 일은 아니다. 이번 참피는 2014년 이후 12년 만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10월 태풍'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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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대개 7월에서 9월에 몰린다. 그중에서도 8월 전후가 가장 많다. 10월 태풍은 흔치 않아서, 기상청 집계로 1951년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준 10월 태풍은 다섯 차례뿐이다. 참피가 '늦은 태풍'이라 불리는 이유다.
태풍 자체는 연중 바다 어딘가에서 생긴다. 다만 그것이 한반도까지 올라오는 시기가 여름에 집중될 뿐이다.
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 바다를 넓게 덮고 있어서, 태풍이 생겨도 이 고기압에 막혀 한반도로 잘 올라오지 못한다. 그런데 8월 중순을 지나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면 길이 열린다. 막던 벽이 물러나면서, 오히려 가을 태풍이 한반도로 직접 향할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바다 온도가 가세한다. 태풍의 연료는 따뜻한 바닷물이다. 올해 한반도 주변 바다 온도가 평년보다 2~3도 높게 유지되면서, 북상하는 태풍이 힘을 덜 잃고 접근할 조건이 이미 갖춰져 있었다. 참피도 10월 21일 괌 부근을 지날 때는 중심기압 900hPa대, 최대풍속 시속 200km를 넘는 초강력 태풍으로, 올해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했다. 그만큼 늦게 생긴 태풍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약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참피는 북상하면서 세력이 꺾여 25일 오후에는 중심기압 992hPa 수준으로 약해졌다. 그러나 '온대저기압으로 바뀐다'는 말을 소멸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온대저기압은 성질이 다른 공기가 만나는 전선을 품고 있어서, 태풍이 끌고 온 수증기가 찬 공기와 부딪히면 국지적으로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참피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는 3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중심 부근 바람이 약해져도 비를 뿌리는 영역은 오히려 넓어질 수 있다. 특히 태풍이 끌어올린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만나는 경계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기 쉽다. 가을 태풍을 '약한 태풍'이라며 방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름 태풍이 강풍 중심이라면, 변질 단계의 늦가을 태풍은 비가 더 문제인 경우가 많다.
태풍이 10월에 왔다는 사실 자체보다, 약해지는 과정에서 비구름이 어디서 강해지는지를 보는 것이 이번 같은 늦은 태풍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