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사고 사망의 대부분은 밟혀서가 아니라 몸이 사방에서 눌려 숨을 못 쉬는 압착성 질식 때문이며, 1㎡에 5~6명을 넘어서면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위험은 갑자기 오지 않고 '내 의지로 발을 못 옮긴다'는 신호로 먼저 드러나므로, 그 전에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다. 입장 전 출구 위치를 확인하고, 밀릴 때는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팔로 가슴 앞 공간을 지키며 가장자리로 움직이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군중 사고를 떠올리면 넘어진 사람이 밟히는 장면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압착성 질식이다. 앞뒤 좌우에서 몸이 눌리면 가슴이 펴지지 못하고, 숨을 쉬게 하는 횡격막이 움직일 공간을 잃는다. 넘어지지 않고 선 채로도 숨이 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산소가 끊기면 불과 몇 분 안에 위험해진다. 게다가 주변 사람도 똑같이 눌려 있어 쓰러진 사람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핵심은 단 하나, 가슴 앞의 숨 쉴 공간을 지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알면 왜 아래의 행동들이 중요한지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Gregory Odhiambo
위험한 밀집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영국 그리니치대의 군중 안전 전문가 갈레아 교수는 1㎡에 4명이 들어차면 정상적으로 걷기 어렵고, 6명에 이르면 참사가 날 수 있다고 본다. 참고로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 지점은 1㎡당 약 16명 수준으로 조사됐다.
숫자를 재기 어렵다면 몸이 보내는 신호로 판단하면 된다.
이 중 하나라도 느껴지면 이미 위험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이때는 더 깊이 들어가지 말고 가장자리로 빠져나오는 판단을 서둘러야 한다. 밀집이 심해진 뒤에는 빠져나오는 것조차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위험을 피하는 준비는 입장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이미 밀리기 시작했다면 저항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흐름을 거슬러 반대로 가려 하면 넘어지기 쉽다. 군중이 밀려오는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되, 압력이 잠깐 풀리는 1~2초의 틈을 이용해 조금씩 대각선으로 가장자리를 향한다. 두 팔은 권투 선수처럼 가슴 앞에 모아 세워 숨 쉴 공간을 확보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을 늘어뜨리면 가슴이 눌릴 때 지킬 방법이 없다.
혹시 넘어졌다면 몸을 옆으로 웅크리고 두 팔로 얼굴과 가슴을 감싸 공간을 만든 뒤, 압력이 풀리는 순간 일어선다. 떨어뜨린 물건을 주우려 몸을 숙이는 것은 가장 위험한 행동이다.
일행이 있으면 변수도 늘어난다. 떨어졌을 때 다시 만날 집결 장소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먼저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거나 소리가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라면 손을 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밀리는 순간 손은 쉽게 놓친다. 밀집이 심한 구간에서는 아이를 안아 가슴 높이로 올리고, 어린이·노약자를 동반했다면 애초에 사람이 몰리는 중심부로 들어가지 않는 편이 낫다. 가장자리나 트인 공간에서 관람해도 행사는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급할 때 빠져나갈 길도 남는다. 위험 신호가 보일 때 '조금만 더 보자'는 미련이 가장 큰 위험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