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이 지나간 뒤에도 여진은 며칠에서 수 주까지 이어지며, 횟수는 줄어도 규모가 함께 작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다음 흔들림이 오기 전에 집 안의 넘어질 가구와 가스·대피 동선을 미리 손봐 두는 것이 부상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래 순서대로 가구 고정, 차단기·밸브 위치, 출구 동선을 점검하고 최소한의 비상용품만 갖춰 두면 된다.
큰 지진이 한 번 나면 끝이 아니다. 여진은 본진 때 다 풀리지 못한 단층 주변의 응력이 작은 지진으로 나뉘어 빠져나오는 과정이다. 그래서 본진 직후 가장 잦고, 시간이 지날수록 횟수가 줄어든다.
2017년 포항 지진이 전형적이었다. 규모 2.0 이상 여진은 본진 당일 33회에서 다음 날 16회, 사흘째 3회로 줄었고 나흘째에는 한 건도 없었다.
문제는 횟수가 준다고 규모까지 반드시 작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빈도가 잦아든 뒤에도 비교적 큰 여진이 한 번씩 올 수 있고, 본진이 주변 단층을 자극하면 추가 강진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최근 파나마에서도 규모 7.6(미국 지질조사국이 처음 8.0으로 발표했다가 수정) 강진 뒤 태평양 연안에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 즉 "이제 끝났다"고 장담할 수 없는 기간이 며칠은 이어진다는 뜻이다. 점검은 그 며칠 안에 끝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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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부상의 상당수는 흔들림 자체가 아니라 넘어진 가구와 떨어진 물건에서 생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손볼 곳은 키 큰 가구다.
일본과 뉴질랜드 방재 기관의 안내를 보면 방법은 단순하다. 책장이나 장롱은 L자 금속 기구로 벽이나 기둥에 붙여 고정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책장은 선반 앞쪽 단단한 부분에 끈이나 벨트를 둘러 책이 튀어나오지 않게 한다. 텔레비전은 받침장을 벽에 고정하고 본체도 함께 묶어 두며, 미끄럼 방지 매트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으로 본다.
벽에 구멍을 내기 어려운 전셋집이라면 미끄럼 방지 매트와 고정 장치를 두 개 이상 겹쳐 쓰는 편이 하나만 쓰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콘크리트 벽처럼 고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무리해서 박지 말고 전문 시공을 알아보는 편이 안전하다.
차단 타이밍을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행정안전부 국민행동요령은 흔들리는 동안에는 탁자 아래로 들어가 머리와 몸부터 보호하라고 안내한다. 흔들림이 멈춘 뒤에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한 다음 밖으로 나가는 순서다.
그러니 지금 해 둘 일은 밸브와 차단기의 위치를 식구 모두가 아는 것이다. 주방 가스 밸브, 현관 쪽 두꺼비집 위치를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어야 실제 상황에서 몇 초를 아낀다.
흔들림이 멈추면 가장 먼저 현관문을 연다. 문틀이 틀어지면 문이 안 열려 안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은 반드시 계단을 쓴다. 엘리베이터는 정전 시 갇힐 수 있어 지진 때 타지 않는다.
건물을 빠져나온 뒤에는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면서 건물과 간판에서 거리를 두고 운동장이나 공원 같은 넓은 공간으로 향한다. 차량 이용은 금지다. 도로가 막히고 긴급 차량을 방해한다.
집 구조에 맞춰 "어느 방에서든 현관까지, 현관에서 어느 공터까지"를 식구끼리 한 번 걸어 보면 실제 상황에서 망설임이 준다.
비상용품은 두 갈래로 나누면 편하다. 급할 때 바로 메고 나갈 생존 배낭(2~3일분)과, 집에 머물며 버틸 때 쓸 비축분이다.
배낭은 가벼워야 쓸모가 있다. 물은 한 사람이 하루 약 3.8L가 기준인데, 3일분만 담아도 1인당 11kg이 넘는다. 그래서 가족 중 가장 힘이 약한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에 맞춰 양을 조절하는 게 현실적이다.
최소한으로 갖출 품목은 다음과 같다.
한 번 꾸려 두고 잊으면 배터리가 방전되고 식량 유통기한이 지난다. 반년에 한 번, 계절이 바뀔 때 점검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지진은 예보가 없다. 대신 흔들림이 다시 오기 전까지의 며칠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 가구 두세 개를 벽에 붙이고 밸브 위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여진 때 다칠 확률은 분명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