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설악산 대청봉에 지난해보다 9일 늦은 첫눈이 내렸고, 중청대피소 아침 기온은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 눈이 쌓이지 않아도 녹은 물이 낙엽과 바위를 적셔 미끄럽고, 젖은 옷은 건강한 사람도 저체온증으로 몰 수 있다. 오후 4시 이전 하산을 기준으로 시간을 넉넉히 잡고, 저체온증 대처법과 119·국가지점번호 신고 요령을 미리 익혀 두는 것이 안전하다.

10월 29일 오전 11시 40분쯤 설악산 대청봉을 비롯한 고지대에 첫눈이 내렸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10월 20일)보다 9일, 2024년(10월 19일)보다 10일 늦은 첫눈이다. 낮 12시 40분까지 눈이 쌓이진 않았지만, 중청대피소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
늦게 왔다고 방심할 상황이 아니다. 눈이 쌓이지 않았다는 건 금세 녹았다는 뜻이고, 녹은 물이 영하의 기온에서 다시 어는 구간이 생긴다. 산 아래는 가을이어도 정상부는 이미 겨울이라는 신호다. 같은 산이라도 고도가 100미터 높아질수록 기온은 대략 0.6도씩 낮아지고, 능선에서는 바람까지 더해져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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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산길의 위험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끄럼이다. 쌓인 눈을 밟는 것보다, 쌓이지 않고 녹아 낙엽과 바위를 적신 상태가 더 성가시다. 젖은 낙엽은 그 자체로 미끄러운데, 그 위에 살얼음이 끼면 발을 딛는 순간 밀린다. 눈으로는 마른 길처럼 보이는 바위가 실제로는 얼어 있는 경우도 많다.
다른 하나는 저체온증이다. 땀이나 눈에 젖은 옷을 입은 채 바람을 맞으면 체온을 빠르게 빼앗긴다. 건강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도 늦가을 산행은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낮아 저체온증과 탈진 위험이 높다며 보온 의류와 장갑, 모자, 비상식량, 랜턴, 보조배터리를 챙기라고 당부했다. 특히 면 소재 옷은 젖으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을 계속 빼앗으므로, 땀 배출이 빠른 기능성 옷과 여벌의 마른 옷을 함께 준비하는 편이 안전하다.
눈길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올라갈 때의 속도로 내려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미끄러운 내리막은 오르막보다 느리고, 해는 생각보다 빨리 진다. 소방 당국도 겨울 산행 수칙으로 오후 4시 이전 하산을 권한다. 일몰 시각에서 거꾸로 시간을 계산해, 여유가 없으면 정상을 눈앞에 두고도 돌아서는 편이 낫다.
보행법도 평소와 달라야 한다.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35도 아래로 내려간 상태를 말한다. 초기에는 몸이 심하게 떨리고 이가 부딪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체온이 더 떨어지면 오히려 떨림이 멈추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판단력이 흐려진다. 떨림이 그쳐 "괜찮아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일행에게 이런 증상이 보이면 이렇게 대처한다.
사고가 나면 바로 119에 신고하되, 내 위치를 정확히 전하는 게 관건이다. 등산로 곳곳의 국가지점번호 표지판 번호를 불러 주면 수색 범위가 크게 좁혀진다. 표지판 하단의 QR코드를 찍거나, 미리 주소정보 누리집에서 주요 지점의 번호를 확인해 두면 좋다. 표지판이 없으면 119 신고 앱의 GPS 위치를 활용한다.
신고한 뒤에는 휴대전화가 잘 터지는 곳에 머물며 함부로 이동하지 않는다. 체온을 지키는 것이 먼저다. 조난 상황에서 무리하게 하산을 시도하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출발 전 국립공원공단 누리집에서 탐방로 통제 여부와 예약제 입장 시간을 확인하고, 되도록 두 명 이상이 함께 올라, 한 사람이 다치면 다른 사람이 신고하고 체온을 지켜 줄 수 있게 하는 것이 첫눈 산행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