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호 태풍 참피는 제주를 비켜가지만 23~25일 제주 남부·동부에는 200mm가 넘는 비가 예상된다. 태풍 중심이 지나지 않아도 저지대와 반지하 침수는 강수량과 배수 상태로 결정되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비가 약할 때 배수구·차량·전기를 순서대로 점검하고, 호우특보와 긴급재난문자 단계에 맞춰 대피 시점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제30호 태풍 참피가 제주를 직접 통과하지 않고 남쪽 해상으로 빠진다. 25일 밤에는 서귀포 남남서쪽 약 320km 해상을 지나 일본 가고시마 쪽으로 향할 전망이다. 그런데 안심하기엔 이르다.
기상청 예보를 보면 23일부터 25일까지 제주 남부와 동부에는 200mm가 넘는 비가, 산지에는 250mm 이상이 쏟아진다. 24일에는 시간당 20~30mm의 강한 비가 내리는 시간대도 있다. 태풍 중심이 지나가지 않아도 저지대와 반지하가 잠기는 건 결국 비의 양과 배수 상태가 결정한다. 비켜간다는 소식이 오히려 대비를 미루게 만든다는 점이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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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전, 밖에서 할 일부터 끝내는 게 안전하다.
먼저 집 앞과 건물 주변 배수구다. 낙엽이나 쓰레기가 덮여 있으면 물이 빠지지 못하고 역류한다. 장갑을 끼고 눈에 보이는 이물질만 걷어내도 물 빠지는 속도가 달라진다.
다음은 차량이다. 하천변이나 지하주차장, 저지대 골목에 세워둔 차는 미리 높은 곳이나 평지의 안전한 자리로 옮긴다. 물이 차기 시작한 뒤에 차를 빼러 가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전기다. 반지하라면 침수 때 감전 위험이 크다. 콘센트와 멀티탭을 바닥에서 띄워 올리고, 두꺼비집(차단기) 위치를 미리 확인해 둔다. 물막이판이나 모래주머니가 있다면 현관과 창문 쪽에 세워 둔다. 이 세 가지는 비가 약할 때 끝내야 한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손쓸 여유가 없다.
실제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상황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빠진다.
반지하는 바닥에 물이 조금이라도 고이거나 하수구가 역류하면 그 즉시 밖으로 나와야 한다. 행정안전부 행동요령도 '물이 조금 찼을 때'를 대피 시점으로 본다. 외부 수심이 무릎 높이를 넘으면 수압 때문에 혼자서는 현관문을 열 수 없다. 이때는 전기 전원을 내린 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
지하주차장은 더 빠르다. 진입로로 물이 들어오면 5~10분 만에 천장 근처까지 차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차를 확인하러 내려가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물이 보이면 차는 포기하는 게 원칙이다.
언제 대피할지는 느낌이 아니라 단계로 판단하는 편이 낫다.
기상청 특보는 주의보와 경보로 나뉜다. 호우주의보는 3시간 강우량 60mm 이상 또는 12시간 110mm 이상일 때, 호우경보는 3시간 90mm 이상 또는 12시간 180mm 이상일 때 발령된다. 저지대나 반지하에 산다면 경보를 기다리지 말고 주의보 단계에서 이미 대피 짐과 경로를 챙겨 두는 게 현실적이다.
여기에 2023년 6월 도입된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있다. 1시간에 50mm가 쏟아지면서 3시간 누적이 90mm를 넘거나, 1시간에 72mm를 넘으면 기상청이 곧바로 문자를 보낸다. 이 문자가 울리면 상황을 더 살피기보다 대피가 먼저다.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비가 반지하에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주의보는 '준비', 경보는 '대피 경로 확보', 긴급재난문자는 '지금 이동'으로 나눠 두면 망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대피 장소와 경로는 평소에 안전디딤돌 앱이나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확인해 두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