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제주 차귀도 어선 전복 사고 당시 바다엔 풍랑특보가 없었고 풍속과 파고도 주의보 기준에 못 미쳤다. 특보 유무는 출항 판단의 시작점일 뿐이어서 풍속·유의파고 수치와 앞바다·먼바다 예보를 함께 읽어야 위험 신호를 걸러낼 수 있다. 가려는 해역의 예보를 정해진 순서로 확인하고 숫자가 애매하면 출항을 미루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다.
10월 5일 새벽, 제주 차귀도 북서쪽 약 65㎞ 해상에서 29t급 근해연승어선 7성진호가 뒤집혔다. 11명 가운데 9명은 구조됐지만 선장 등 2명이 실종됐다. 당시 바다엔 풍랑특보가 없었고, 북서풍은 초속 12~14m, 파도는 2m 안팎이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라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특보가 없었다"는 사실이 "안전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바다에 나가기 전 예보의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읽을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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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해상 바람과 파도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풍랑특보를 발표한다. 기준은 풍속과 유의파고 두 가지이며, 둘 중 하나만 넘어도 발표된다.
| 구분 | 풍속(3시간 지속) | 유의파고 |
|---|---|---|
| 주의보 | 14m/s 이상 | 3m 이상 |
| 경보 | 21m/s 이상 | 5m 이상 |
사고 당시 수치를 이 표에 넣어 보면 풍속도 파고도 주의보 기준에 못 미친다. 특보가 없어도 29t 안팎의 소형 어선에는 충분히 버거운 바다일 수 있다는 뜻이다. 특보 유무는 출항 판단의 시작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예보에 나오는 '유의파고'는 관측된 파도 중 높은 쪽 3분의 1의 평균값이다. 바꿔 말하면 실제로 만나는 가장 높은 파도는 유의파고보다 1.5배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 예보가 파고 2m라면 순간적으로 3m가 넘는 파도를 각오해야 한다.
풍속은 10분 평균값으로 발표된다. 순간 최대풍속은 이보다 세다. 숫자 하나를 상한선이 아니라 평균으로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너울도 따로 본다. 먼바다에서 밀려온 너울은 바람이 약한 날에도 갯바위나 방파제를 덮친다. 바람만 보고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다.
해상예보는 해안에서 가까운 '앞바다'와 더 먼 '먼바다'로 나뉜다. 같은 날에도 앞바다는 잔잔한데 먼바다엔 풍랑주의보가 걸릴 수 있다. 차귀도 사고 해역처럼 해안에서 수십 ㎞ 떨어진 곳을 간다면, 출발지 해변 날씨가 아니라 가려는 해역의 먼바다 예보를 봐야 한다.
바다에 나가기 전 확인은 순서가 있다. 뒤에서부터 보면 중요한 신호를 놓친다.
판단 기준은 단순하게 잡는 편이 안전하다. 가려는 해역에 풍랑주의보가 걸려 있으면 미룬다. 낚시어선 같은 소형 선박은 통상 주의보만으로도 출항이 통제된다.
특보가 없더라도 풍속이 10m/s를 넘거나 유의파고가 2m에 가까우면, 소형 선박이나 갯바위 낚시는 다시 생각하는 게 좋다. 시간대별 예보에서 바람이 점점 강해지는 흐름이 보이면 일정을 앞당기거나 접는다.
바다는 하루 미룬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숫자가 애매할 때 나가지 않는 쪽을 고르는 것, 그게 가장 확실한 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