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무렵의 절기 대설과 기상청이 내리는 대설주의보는 '대설'이라는 이름만 같을 뿐 서로 아무 관련이 없다. 절기 대설은 태양의 위치로 정해지는 달력상의 날짜이고, 대설주의보·경보는 24시간 안에 눈이 얼마나 쌓일지로 발효되는 기상특보다. 그래서 눈 대비는 달력의 절기 날짜가 아니라 기상청의 당일 예보와 특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매년 12월 초가 되면 달력에 '대설'이라는 글자가 뜬다. 이건 눈 예보가 아니라 24절기 중 하나다.
절기 대설은 소설과 동지 사이에 있는 21번째 절기로, 태양의 황경이 255도에 이르는 때다. 양력으로는 대개 12월 7일이나 8일 무렵이다. 쉽게 말해 지구가 태양을 도는 위치로 정해지는 날짜이지, 그날 눈이 온다는 예보가 아니다.
이름이 '큰 눈'인 것은 이 무렵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었다. 다만 그 기준이 우리나라 날씨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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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이름의 바탕이 된 것은 옛 역법의 기준지였던 중국 화북지방의 기후다. 그래서 이름은 '큰 눈'이지만, 한국의 실제 눈 사정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2월보다 오히려 1월이나 2월에 평균적으로 눈이 더 많이 내린다. 본격적인 추위도 대설이 아니라 그다음 절기인 동지가 지나야 시작되는 편이다. 절기 대설에 눈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한 일이 전혀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뉴스에 나오는 대설주의보와 대설경보는 달력과 무관하다. 기상청이 실제 눈 예상량을 보고 그때그때 내리는 기상특보다.
| 구분 | 평지(24시간 신적설) | 산지 |
|---|---|---|
| 대설주의보 | 5cm 이상 예상 | - |
| 대설경보 | 20cm 이상 예상 | 30cm 이상 예상 |
여기서 핵심은 '신적설'이다. 이미 바닥에 쌓여 있던 눈까지 합한 양이 아니라,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일 것으로 예상되는 눈의 깊이를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특보는 눈이 올 때 발효되고 눈이 그치면 해제된다. 11월에도, 3월에도 조건만 맞으면 내려질 수 있다.
특보는 지역별로 따로 내려진다는 점도 알아둘 만하다. 같은 날에도 눈이 집중되는 곳에는 대설경보가, 상대적으로 덜한 곳에는 대설주의보가 동시에 걸리기도 한다. 실제로 전남에서는 장성·함평에 대설경보가, 무안·신안에 대설주의보가 함께 발효된 적이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특보가 무엇인지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둘은 '대설(大雪)'이라는 한자어를 똑같이 쓸 뿐,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절기 대설은 해마다 날짜가 거의 고정된 달력상의 표시다. 대설특보는 날짜와 상관없이 실제 기상 상황에 따라 켜지고 꺼지는 경보다. 하나는 천문학이 정하고, 다른 하나는 그날의 하늘이 정한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대설 절기니까 눈 조심해야겠다"라고 연결 짓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그렇다면 폭설 대비의 기준은 분명해진다. 달력의 절기 날짜가 아니라, 기상청의 당일 예보와 특보를 봐야 한다.
실질적인 판단 기준은 이렇게 잡으면 된다. 대설주의보가 뜨면 5cm 안팎의 눈으로 출근길 지연과 빙판을 염두에 둔다. 대설경보까지 올라가면 20cm 이상의 적설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이동 자체를 다시 생각하는 편이 안전하다. 반대로 절기 대설이라도 특보가 없으면 평소와 다를 것이 없다.
정리하면 절기 대설은 겨울이 깊어진다는 달력의 신호일 뿐이고, 실제로 눈을 대비해야 하는 신호는 기상청의 특보다. 이름이 겹친다고 해서 같은 것으로 읽지 않는 것이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