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현재 발생한 태풍들은 일본 동쪽·남쪽 먼 해상에 있어 한반도 직접 영향 가능성이 낮고, 1951년 이후 11월에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준 사례는 없다. 늦가을 태풍은 북쪽 찬 공기와 대만 지형에 막혀 세력이 꺾이거나 온대저기압으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상청 예상진로도에서 선 하나가 아니라 70% 확률반경과 위험영역이 내 지역에 걸치는지, 특보가 났는지를 직접 확인하면 뉴스 헤드라인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11월 초 현재 북서태평양에서 활동 중인 태풍은 한반도와 거리가 있다. 제31호 태풍 인파는 기상청 11월 1일 발표 기준 괌 북쪽 약 1,020km 해상에서 중심기압 945hPa, 최대풍속 초속 45m의 강한 세력을 유지했다. 다만 예상 경로는 일본 도쿄 남쪽 해상을 거쳐 6일께 일본 동쪽 바다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는 쪽이었다. 뒤이어 발생한 제32호 태풍 츰파카도 일본 남쪽 먼 태평양에 머물며 한반도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뉴스 제목만 보면 "강한 태풍 발생"이라는 사실이 커 보이지만, 세력의 크기와 진로는 별개다. 태풍이 세다는 것과 그 태풍이 내가 사는 곳으로 온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중요한 건 진로이고, 진로는 기상청 예상진로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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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진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태풍의 이동 방향을 그린 가는 선, 즉 예측경로다. 그런데 이 선은 확정된 길이 아니다. 기상청 설명에 따르면 예측경로는 각 시각의 '70% 확률반경' 중심을 직선으로 이어 그린 것이다.
70% 확률반경은 태풍 중심이 그 안에 들어올 확률이 70%라는 범위다. 최근 3년간 태풍 예보오차의 확률분포에서 70%에 해당하는 값으로 계산한다. 쉽게 말해 "중심이 여기쯤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100%는 아니다"라는 불확실성을 원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 원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예보 시점이 멀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3일 뒤, 5일 뒤 위치의 원은 눈에 띄게 넓어진다. 선 하나가 내 지역을 비켜간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그 선을 둘러싼 원이 내 지역에 걸치는지를 봐야 한다.
태풍의 영향은 중심이 지나가야만 생기는 게 아니다.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도 강한 바람권에 들 수 있다. 기상청은 이를 두 개의 반경으로 구분한다. 강풍반경은 중심에서 초속 15m 이상 바람이 부는 범위, 폭풍반경은 초속 25m 이상 바람이 부는 더 위험한 범위다.
여기에 '위험영역'을 함께 보면 판단이 쉬워진다. 위험영역은 강풍 영향 가능성을 확률로 색을 나눠 보여준다. 가능성 30% 이상, 50% 이상, 70% 이상의 세 단계다. 내 지역이 70% 영역에 들어가면 대비가 필요하고, 30% 언저리라면 경로 변화를 더 지켜볼 상황이라는 뜻이다. 예측경로라는 선 하나보다, 확률반경과 위험영역이라는 '면'으로 읽어야 실제 체감 영향에 가깝다.
늦가을 태풍을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통계적 근거가 있다. 기상청이 태풍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1951년 이후, 11월에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거나 상륙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이유는 이 시기 한반도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에 있다. 북상하던 태풍은 이 찬 공기에 가로막혀 세력이 꺾이고, 상층의 찬 공기를 만나면 열대저압부나 온대저기압으로 성질이 바뀐다. 대만처럼 높은 산맥을 지나는 경로라면 지형에 의해 한 번 더 약해진다. 지난해 11월 초 북상이 우려됐던 태풍 콩레이도 대만을 통과하고 찬 공기에 막히면서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았다.
계절적으로도 가을 태풍의 영향은 9월 전후에 몰린다. 한 분석에서는 1951년 이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약 75%가 여름(6~8월)에, 23%가량이 가을(9~11월)에 집중됐다. 가을 몫 안에서도 11월은 사실상 비어 있는 셈이다. 다만 '직접 영향이 없다'는 것이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태풍이 약화하며 남긴 수증기가 남쪽 지역 강수로 이어질 수는 있다.
진로나 확률반경이 한반도 쪽으로 틀어진다면, 그다음부터는 공식 자료를 직접 보는 게 가장 빠르다. 기상청 날씨누리(weather.go.kr)의 태풍 메뉴나 '날씨알리미' 앱에서 예상진로도와 특보를 같이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태풍 뉴스를 접했을 때 필요한 건 불안이 아니라 확인 순서다. 지금 어디에 있고, 확률반경이 어디로 넓어지며, 내 지역에 특보가 났는지. 이 세 가지를 직접 보면 헤드라인보다 정확한 판단에 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