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규모는 로그 척도여서 숫자 1 차이가 방출 에너지로는 약 32배 차이가 난다. 그래서 규모만으로는 피해를 알 수 없고, 진원 깊이와 흔들림에 노출된 인구를 함께 봐야 실제 충격이 보인다. USGS·기상청 같은 1차 출처로 세 숫자를 확인하고 여진은 위치와 단층을 기준으로 읽으면 제목 한 줄에 휘둘리지 않는다.
지진 속보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숫자가 규모다. 그런데 이 숫자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읽어야 한다. 규모 척도는 로그 척도라서, 숫자 1이 커질 때마다 땅이 흔들린 진폭은 10배, 지진이 내놓은 에너지는 약 32배로 뛴다.
그래서 규모 6과 7은 '한 단계 차이'가 아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예시를 보면 규모 8.7과 5.8은 지진계 기록상 진폭이 약 794배, 에너지로는 약 2만 3,000배 차이가 난다. 규모 5.8짜리 지진 2만 3,000번이 모여야 8.7 한 번과 맞먹는다는 뜻이다.
| 규모 차이 | 진폭 | 방출 에너지 |
|---|---|---|
| 1.0 | 10배 | 약 32배 |
| 2.0 | 100배 | 약 1,000배 |
| 3.0 | 1,000배 | 약 32,000배 |
뉴스에서 "규모 5.2"와 "규모 7.2"를 비슷한 급으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다만 규모는 지진 자체의 크기일 뿐, 그 흔들림이 사람에게 어떻게 닿았는지는 아직 말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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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볼 숫자는 진원 깊이다. 진원이 얕으면 지진파가 지표까지 가는 거리가 짧아 도중에 잃는 에너지가 적다. 그만큼 지표의 건물에 닿는 흔들림이 세진다. 같은 규모라도 얕은 지진이 더 위험한 이유다.
2023년 튀르키예 강진이 대표적이다. 첫 지진의 진원 깊이는 지표 아래 약 18km로 얕았고, 전문가들은 이 얕은 진원이 지상 건물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2015년 네팔 지진(규모 7.8)도 얕은 진원과 취약한 건물이 겹치며 피해가 커졌다.
반대 사례도 있다. 2026년 10월 페루 남부 해안에서 난 규모 5.2 지진은 진원 깊이가 44.9km로 비교적 깊었고 진앙도 근해였다. 규모 5.2면 작지 않지만, 깊이와 위치 덕에 인명·재산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규모만 보고 놀랄 필요가 없었던 경우다.
규모와 깊이가 지진의 성질이라면, 피해를 좌우하는 건 그 흔들림에 몇 명이 노출됐는가다. 사막 한가운데 규모 7과 대도시 아래 규모 6은 전혀 다른 재난이다.
USGS는 이 노출 규모를 자동으로 추정하는 PAGER라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지진의 위치와 규모로 흔들림 분포 지도(ShakeMap)를 만든 뒤, 전 지구 인구 데이터베이스와 겹쳐 '어느 정도 세기의 흔들림을 몇 명이 겪었는지'를 계산한다. 여기에 나라별 건물 취약성을 반영해 사상자와 경제 손실의 범위까지 추정한다.
결과는 색으로 요약된다. 피해가 거의 없으면 초록, 중간이면 노랑, 심각하면 빨강이다. 속보에서 규모만 클 뿐 피해 소식이 없다면, 노출 인구가 적었거나 흔들림이 약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규모가 애매해도 인구 밀집지 아래에서 얕게 일어났다면 경보 색이 먼저 올라간다.
속보는 1차 출처로 확인하는 습관이 안전하다. 전 세계 지진은 USGS(earthquake.usgs.gov), 유럽은 EMSC, 국내와 한반도 주변은 기상청이 공식 정보를 낸다. 초기 규모와 깊이는 분석이 진행되며 수정되기도 하니, 발생 직후 첫 숫자에 못을 박지 않는 편이 좋다.
여진 속보도 기준을 알면 덜 불안하다. 본진 앞에 온 지진은 전진, 뒤에 온 지진은 여진으로 부른다. 여진인지 아닌지는 발생 위치와 단층 관계를 보고 판정한다. 큰 지진 뒤에는 작은 지진이 여러 번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며 잦아드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경향이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다. 규모로 지진의 크기를 보고, 깊이로 피해 가능성을 가늠하고, 노출 인구로 실제 충격을 읽는다. 세 숫자를 함께 보면 "규모 몇"이라는 제목 한 줄에 흔들리지 않는다. 가족이 지진 지역에 있다면 해당국 기상·방재 기관의 대피 안내를 우선 따르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