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태풍 진로도의 선은 태풍 중심이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일 뿐이고, 중심이 있을 범위는 그 둘레의 70%확률반경으로 표시된다. 강풍반경 안에 들면 상륙하지 않아도 비바람 피해를 보기 때문에, 진로선이 내 지역을 비껴가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제30호 태풍 참피가 북상하는 지금은 기상청 태풍 상세정보에서 내 지역이 강풍반경과 특보 구역에 드는지, 3시간마다 갱신되는 최신 발표를 확인해야 한다.
태풍 예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한반도를 향해 뻗은 선이다. 많은 사람이 이 선을 태풍이 지나갈 길로 읽는다. 하지만 기상청 설명을 보면 이 선은 태풍 '중심'이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들을 이어 놓은 것일 뿐, 태풍이 실제로 그 선을 따라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선 주위에 그려진 둥근 원이 더 중요하다. 이 원은 '태풍위치 70%확률반경'으로, 태풍 중심이 있을 가능성이 70%인 범위를 나타낸다. 최근 3년간 예보가 빗나간 정도를 바탕으로 계산한 값이라, 예보 시간이 멀수록 원은 커진다. 쉽게 말해 원이 크다는 건 "아직 중심 위치가 이만큼 불확실하다"는 신호다.
그래서 선 하나만 보고 "우리 동네는 비껴간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선은 가능성의 한가운데일 뿐이고, 실제 중심은 원 안 어디로든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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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내 지역에 상륙해야만 피해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기상청은 태풍 중심에서 바람이 부는 범위를 따로 표시하는데,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범위가 강풍반경, 초속 25m 이상이 부는 범위가 폭풍반경이다. 중심이 멀리 지나가도 내 지역이 이 반경 안에 들면 강풍과 폭우를 고스란히 맞는다.
지금 북상 중인 제30호 태풍 '참피'가 그런 경우다. 기상청은 참피 중심이 25일 오전 3시께 서귀포 남남서쪽 약 580km 해상을 지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심은 육지에 닿지 않고 해상을 통과한 뒤 26일 온대저기압으로 약해질 전망이다. 그런데도 제주에는 80~150mm, 산지와 중산간에는 200mm가 넘는 비가 예보됐고, 경남 남해안에도 30~80mm, 많은 곳은 100mm 이상이 예상된다.
바람도 마찬가지다. 제주는 26일까지 순간풍속이 초속 20m(시속 70km)를 넘고 산지에서는 25m(90km)를 넘는 곳이 있겠다. 25일 밤에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이 아닌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도 순간풍속 초속 15m 안팎의 강풍이 불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중심에서 수백 km 떨어져 있어도 영향은 전국으로 번진다.
정보를 볼 때는 진로도 한 장이 아니라 세 가지를 겹쳐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먼저 진로선과 70%확률반경으로 중심이 어디로 올지 범위를 보고, 다음으로 강풍반경·폭풍반경을 켜서 내 지역이 바람 영향권에 드는지 본다. 마지막으로 지역별 예상 강수량과 특보 현황을 확인한다. 참피의 경우 제주도 남쪽 바깥먼바다의 풍랑특보가 25일 오전 태풍특보로 바뀔 가능성이 거론됐는데, 이런 특보 전환은 반경 그림보다 빠르게 위험을 알려준다.
갱신 주기도 알아두면 좋다. 기상청은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계구역에 들어오면 3시간 간격으로 정보를 다시 낸다. 즉 아침에 본 진로가 저녁에는 바뀌어 있을 수 있다. 하루 전 캡처 화면을 믿지 말고, 외출이나 이동을 앞뒀다면 가장 최근 발표를 다시 열어보는 습관이 안전하다.
정리하면 '선 밖=안전'이라는 공식은 틀렸다. 내 지역의 위험은 다음을 차례로 확인해 판단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진로선이 내 동네를 지나지 않더라도 태풍 대비는 필요하다. 반대로 다섯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고 반경에서 충분히 벗어나 있다면, 상대적으로 여유를 둬도 된다. 중요한 건 선 한 줄이 아니라, 반경과 특보와 갱신 시각을 함께 읽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