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양동 아파트 화재에서 뇌병변 장애 모친과 아들이 대피하려다 추락해 숨졌는데, 스프링클러 없는 노후 고층에서 자력 대피가 어려운 가족과 함께였다.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으면 빨리 탈출하라는 일반 수칙 대신 역할 분담과, 못 나갈 때 문 닫고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는 방어적 대피를 미리 정해둬야 한다. 우리 집 대피 동선과 버틸 방, 시설 유무를 지금 확인해 두는 것이 관건이다.

8월 11일 오후 4시 55분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61세 뇌병변 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그를 모시고 살던 38세 아들이 숨졌다. 두 사람은 불을 피하려다 베란다 쪽 화단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난 아파트는 1992년에 지어진 영구임대 단지로,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초기 진화 장치가 없는 노후 고층에서, 스스로 빠르게 움직이기 어려운 가족과 함께였다는 점이 비극을 키운 조건으로 지목된다. 여기서 곱씹어야 할 대목은 분명하다.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으면, 일반적인 '빨리 대피하라'는 수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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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대피 요령은 한 가지를 전제한다. 각자 제 발로 계단을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이거나 장애가 있어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가족이 있으면 이 전제부터 깨진다.
그래서 계획의 출발점이 다르다. 소방당국도 스스로 대피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비상시 도움을 줄 사람을 미리 정해두라고 권한다. 집 안에서라면 누가 거동이 불편한 가족을 맡을지, 휠체어나 보조기구는 어디에 두고 어떤 동선으로 움직일지를 불이 나기 전에 정해둬야 한다. 화재 순간에는 판단할 시간이 없다.
가장 중요한 인식 전환이 여기 있다. 대피가 곧 '무조건 밖으로'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미 계단에 연기가 찼거나 가족을 데리고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리하게 탈출하려다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이때 공식 요령은 집 안에서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는 '방어적 대피'다. 불길과 연기에서 먼 방으로 이동해 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아 연기를 차단한 뒤, 창문 등으로 위치를 알리고 119에 구조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아파트에 대피공간이나 경량칸막이, 하향식 피난구가 있다면 그쪽을 활용한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고층에 거동 불편한 가족과 산다면, 처음부터 이 방어적 대피를 1순위 계획으로 잡아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아래는 불이 나기 전에 가족이 함께 정해둘 수 있는 항목이다.
무리해서 내려가는 것이 늘 정답은 아니다. 어떤 가족 구성에서는 잘 버티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되며, 그 판단은 불이 난 뒤가 아니라 지금 해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