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에는 불이 쉽게 붙고 강풍은 불씨를 멀리 옮겨 작은 불도 큰불로 키운다. 노후 주택은 전기·난방 설비가 발화점이 되기 쉬워 평소 점검과 대피 준비가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오늘 콘센트와 전열기구 상태, 소화기 위치, 대피 경로를 점검해 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다.
같은 불씨라도 건조하고 바람 부는 날에는 훨씬 크게 번진다. 공기가 마르면 나무, 낙엽, 종이 같은 주변 물질의 수분이 빠져 불이 쉽게 붙고 잘 꺼지지 않는다. 기상청은 실효습도(목재가 얼마나 말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35% 이하로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 건조주의보를, 25% 이하면 건조경보를 낸다.
여기에 강풍이 더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바람은 불씨를 멀리 옮겨 새 불을 만들고 불길의 방향과 속도를 키운다. 2019년 강원 고성·속초 산불이 대표적이다. 당시 건조주의보가 내린 지역의 실효습도는 25% 이하였고, 초속 20~30m의 강풍이 불길을 민가 쪽으로 밀어 국가재난 수준으로 커졌다. 발단은 전기 개폐기 폭발에서 튄 작은 불씨였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 구룡마을에서도 가건물에서 불이 나 주민 39명이 대피했다. 판잣집이 밀집하고 전선과 가스통이 얽혀 불이 번지기 쉬운 구조였다.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오래된 건물과 낡은 전기 설비가 왜 위험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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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늘 바깥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노후 주택 화재의 출발점은 대개 전기와 난방 설비다.
콘센트부터 보자. 하나의 콘센트나 멀티탭에 기구를 여러 개 꽂는 문어발식 사용은 피한다. 전선이 낡거나 피복이 벗겨진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플러그는 헐겁지 않게 끝까지 꽂는다. 집을 비울 때는 쓰지 않는 코드를 뽑아 둔다. 물 묻은 손으로 전기 코드를 만지지 않는 것도 기본이다.
전열기구는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점검한다. 전기장판과 히터는 열선과 전선이 눌리거나 벗겨진 곳이 없는지 보고, 이불이나 커튼 같은 가연물과 거리를 둔다. 기름 난로는 켜진 채로 주유하지 않고, 주변에 불붙기 쉬운 물건을 두지 않는다.
소화기는 사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불은 처음 몇 분이 승부인데, 급할 때 찾느라 시간을 쓰면 초기 진화 기회를 놓친다.
현관 근처나 주방처럼 눈에 잘 띄고 손이 바로 닿는 곳에 둔다. 가족 모두가 위치를 알아야 한다. 압력계 바늘이 초록색 범위에 있는지 가끔 확인하고, 사용법은 미리 익혀 둔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함께 두면 잠든 사이에도 연기를 먼저 알아챌 수 있다.
행동 순서를 미리 정해 두면 당황하지 않는다.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내 힘으로 안전하게 나갈 수 있으면 즉시 대피하고, 그러기 어려우면 갇힌 공간을 지키며 구조를 기다린다.
대피할 때는 몸을 낮춰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엘리베이터는 정전으로 멈추거나 연기가 찰 수 있으니 타지 않는다.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아 연기를 덜 마신다. 나온 뒤에는 문을 닫아 연기가 복도로 퍼지는 속도를 늦춘다.
계단이 이미 불길과 연기로 막혔다면 무리하게 나가지 않는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막은 뒤, 창가에서 구조를 기다린다. 신고는 안전한 곳으로 피한 다음에 한다. 인천소방본부 안내처럼, 119에는 건물 위치와 동·호수, 불이 난 상황, 안에 갇힌 사람이 있는지를 또박또박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