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강서구 가양동 화재로 숨진 모자가 살던 곳은 스프링클러가 없는 1992년 준공 영구임대아파트였다. 의무 설치 기준은 1990년·2005년·2018년으로 강화됐지만 소급 적용되지 않아 노후 아파트는 여전히 사각지대이며, 우리 집 설비 유무는 천장 헤드와 준공연도, 관리사무소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프링클러가 없으면 불이 빠르게 번져 대피 판단이 더 급한 만큼, 화재 위치별 대피 순서와 경량칸막이·완강기 위치를 미리 익혀둬야 한다.

8월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불이 났다. 이 집에 살던 60대 여성과 30대 남성 모자가 숨졌는데, 두 사람은 불을 피하려다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머니는 뇌병변 장애가 있었고 가정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었다.
불이 난 곳은 1992년에 지어진 영구임대아파트였고,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이 대목이 핵심이다.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초기에 불길이 잡히거나 확산이 늦춰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 스프링클러가 있는가'는 남의 일이 아니다.

David McElwee
의무 설치 기준은 계속 강화돼 왔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준공 시점이 곧 설치 여부를 가르는 경계선이 된다.
| 시기 | 스프링클러 의무 대상 |
|---|---|
| 1990년 | 16층 이상 아파트의 16층 이상 |
| 2005년 | 11층 이상 아파트 전 층 |
| 2018년 | 6층 이상 아파트 전 층 |
내 집이 이 기준보다 먼저 지어졌다면 없을 가능성이 크다.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 가지다. 천장에 물이 나오는 둥근 살수 헤드가 달려 있는지 눈으로 보고, 관리사무소에 소방시설 설치·점검 기록을 문의하고, 준공연도를 위 표와 대조하는 것이다. 참고로 강서구는 321개 단지 중 226개, 약 70%가 스프링클러 미설치 단지로 서울에서 미설치 비율이 가장 높다.
소방청과 서울시는 아파트 화재에서 '무작정 계단으로 나가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불이 어디서 났는지에 따라 대응이 갈리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불이 났고 현관으로 나갈 수 있다면, 낮은 자세로 계단을 이용해 지상이나 옥상으로 대피한다. 이때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고, 현관문은 반드시 닫고 나간다. 문을 열어두면 연기가 복도와 계단으로 빠르게 번진다.
현관 쪽에 불이 붙어 나갈 수 없다면 베란다의 경량칸막이를 부수고 옆집으로 넘어가거나, 대피공간과 완강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반대로 다른 집이나 복도에서 난 불이라면, 우리 집으로 연기와 화염이 들어오지 않는 한 무리하게 나가지 말고 창문을 닫은 채 세대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더 안전하다. 연기는 굴뚝효과로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차오른다.
여기서 스프링클러 유무가 대응의 여유를 바꾼다. 설비가 있는 건물은 초기 진화나 확산 지연을 기대할 수 있어 '집에서 대기'하는 선택에 시간을 벌 수 있다. 반면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건물은 불이 빠르게 번지므로, 다른 집 화재라도 대피로가 아직 열려 있는지를 더 이르게 판단해야 한다. 연기가 계단에 차기 전 움직일 수 있는 창이 짧다는 뜻이다.
거창한 준비가 아니라 지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는 집은 대피에 시간이 더 걸린다. 경량칸막이 위치와 완강기 사용법만 미리 알아둬도, 순서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