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영국과 일본 등 각국 정부가 가정에 3일치 비상식량과 물을 비축하라고 권고하면서 불안이 번졌다. 그러나 권고가 꼽은 대비 대상은 전쟁이 아니라 지진과 폭풍, 사이버 공격 같은 기반시설 마비여서 '전쟁 임박'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사재기 대신 평소 먹는 보존식품을 조금씩 채우는 롤링 스톡 방식으로, 공식 발표인지부터 확인하며 준비하면 된다.
불안의 출발점부터 짚자. 2026년 10월 22일 영국 내각부가 '비 레디(Be Ready)' 캠페인을 시작하며 가정마다 최소 72시간을 버틸 준비를 하라고 권고했다. 물은 1인당 하루 3리터 기준으로 사흘치, 식량은 냉장이나 조리가 필요 없는 통조림과 말린 과일, 견과류 등을 꼽았다. 손전등과 여분 건전지, 담요, 수동 충전식 라디오, 현금, 상비약도 목록에 들어갔다.
일본도 비슷하다. 호소노 고시 방재담당상은 최소 3일, 가능하면 일주일분의 식량과 물, 휴대용 화장실을 준비하라고 밝혔고, 새 방재청 출범에 맞춰 11월 2일 '긴급 요청'을 발표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아일랜드, 네덜란드도 이미 72시간 대비를 안내하고 있고, 노르웨이는 2024년 권고 기간을 3일에서 일주일로 늘렸다.
Photo by Aubrey Odom on Unsplash
권고문이 밝힌 대비 대상을 보면 성격이 분명해진다. 영국 정부가 꼽은 것은 사이버 공격과 극한 기상으로 인한 기반시설 마비다. 실제로 지난해 겨울 폭풍과 올여름 산불 때 전력과 수도, 휴대전화 신호, 인터넷 같은 필수 서비스가 끊긴 경험이 근거가 됐다.
일본의 대비 대상은 난카이 해곡 대지진과 수도권 직하지진, 후지산 분화처럼 오래전부터 거론돼 온 자연재해다. 재난이 나면 도로와 통신망이 끊겨 구호물자가 늦게 도착할 수 있으니 각 가정이 스스로 버틸 시간을 벌어두자는 취지다. 지정학적 긴장이 배경의 하나로 언급되기는 하지만, 권고의 중심은 전쟁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재난과 정전이다.
불안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발표 주체가 정부 공식 기관인지, 구체적인 근거와 물품 목록을 함께 제시했는지 본다. 영국 내각부, 일본 방재담당상의 발표처럼 책임 있는 기관이 이유와 방법을 함께 내놓았다면 공식 권고다.
반대로 "곧 무슨 일이 터진다더라" 식의 날짜와 출처가 없는 전언, 특정 품목을 당장 사두라는 식의 메시지는 소문에 가깝다. 각국 정부가 공통적으로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전쟁이 임박했다면 정부가 '천천히 조금씩 모으라'고 안내할 이유가 없다.
준비 자체는 겁낼 일이 아니다. 핵심은 한꺼번에 사재기하지 않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집에 있는 물건을 먼저 확인하고 평소 장을 볼 때 조금씩 추가하라고 안내했다. 일본에서 쓰는 '롤링 스톡'도 같은 개념이다. 비상식량을 따로 쌓아두는 대신 평소 먹는 보존식품을 조금 넉넉히 사두고, 먼저 산 것부터 소비한 뒤 먹은 만큼 다시 채우는 방식이다.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실제 사재기 징후는 아직 크지 않다. 영국에서 한 비상용품 업체가 발표 뒤 24시간 동안 평소 한 달치 주문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대규모 공황 구매로 번지지는 않았다. 불안에 떠밀려 한 번에 많이 사는 쪽이 오히려 가격 혼란과 낭비를 만든다.
한국도 같은 틀로 접근하면 된다. 행정안전부는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에서 생존배낭을 꾸리고 가까운 대피소를 미리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대피소는 안전디딤돌 앱이나 지도 앱에서 찾을 수 있다.
준비의 출발점은 물과 조리 없이 먹을 식량, 손전등, 상비약, 현금 정도다. 정확한 권고 일수나 품목은 국민재난안전포털(safekorea.go.kr)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소문에 흔들리는 것보다 낫다. 요약하면, 뉴스에 놀라 한 번에 사재기할 일이 아니라, 평소 생활 속에서 사흘치를 천천히 갖춰두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