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규모 7.4 강진은 큰 규모에 더해 인구 밀집 도시 직격과 취약한 건물이 겹치며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습니다. 규모 7.4는 우리 관측 사상 최대였던 경주 지진보다 에너지가 약 250배 큰 지진입니다. 한국은 새 건물의 내진 성능은 개선됐지만 노후 건물 보강이 아직 진행 중이라, 같은 규모의 지진에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콜롬비아 서부에서 현지시간 8월 10일 아침 발생한 규모 7.4 강진은 금세기 콜롬비아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습니다. 사망자는 구조가 이어지며 계속 늘어 100명을 훌쩍 넘어섰고, 집계 기관과 시점에 따라 200명 안팎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났을까요. 그리고 만약 같은 규모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일어난다면 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규모라는 숫자 자체를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Doruk Aksel Anıl
먼저 용어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지진에서 규모는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의 크기를, 진도는 특정 지점에서 실제로 느껴지는 흔들림과 피해 정도를 뜻합니다. 규모는 로그 척도라 숫자 1이 커질 때마다 에너지는 약 32배씩 뛰어오릅니다. 규모 6.0과 7.0은 '조금 센 정도'가 아니라 에너지가 30배 넘게 차이 나는 완전히 다른 급의 지진인 셈입니다.
다만 규모가 크다고 피해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진앙과의 거리, 진원의 깊이, 지반 조건이 실제 피해를 좌우합니다. 이번 콜롬비아 지진은 진원 깊이가 약 100㎞로 비교적 깊은 편이었는데도, 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서부 여러 도시에 광범위한 피해를 남겼습니다.

Mathias Reding
규모 외에 인명 피해를 키운 요인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지진이 칼리와 페레이라처럼 인구가 밀집한 주요 도시를 직접 강타했습니다. 실제로 사망자의 대부분이 지방 중심 도시에서 나왔습니다. 둘째, 발생 시각이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오전이었습니다. 셋째, 노후하거나 내진 성능이 약한 건물이 많아 무너진 건물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결국 '큰 규모 × 인구 밀집 × 취약한 건물'이 겹치면서 피해가 증폭된 것입니다. 지진의 크기 못지않게 '어디서, 무엇을 흔들었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barış erkin
그렇다면 규모 7.4가 한반도에서 발생하면 어떨까요. 우리 기상 관측 사상 가장 컸던 지진은 2016년 경주 지진으로, 규모 5.8이었습니다. 2017년 포항 지진은 규모 5.4였습니다. 규모 5.8과 7.4는 1.6 차이인데, 에너지로 환산하면 약 250배에 달합니다. 우리가 최근 경험한 가장 큰 지진보다 수백 배 강한 흔들림이라는 얘기입니다.
다행히 한반도는 판 경계에서 떨어져 있어 이런 초대형 지진의 빈도는 낮습니다. 다만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과거 기록을 근거로 한반도에서도 100~200년 주기로 규모 6.0~7.5급 강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확률은 낮아도 '불가능'은 아닙니다.
핵심은 건물이 얼마나 버티느냐입니다. 우리나라는 1988년 내진설계 의무를 처음 도입한 뒤 대상을 꾸준히 넓혀, 2015년부터는 사실상 대부분의 새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내진설계는 '규모 몇까지 견딘다'는 식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지반이 흔들리는 정도를 기준으로 설계하며 붕괴를 막아 인명을 지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대로 설계된 주요 건물은 대체로 규모 6~7급의 흔들림에서도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됩니다.
문제는 '설계된 건물'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2015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 건물과 저층 주택 상당수는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시설조차 내진율 목표가 2025년 말 기준 약 80%대이고, 100% 달성 목표는 2035년으로 잡혀 있습니다. 특히 1층을 기둥으로 띄운 필로티 구조는 옆으로 흔드는 힘에 약하다는 점이 포항 지진에서 드러났습니다.
정리하면, 규모 7.4급 지진이 인구 밀집 지역을 직격할 경우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새 건물의 내진 성능은 꾸준히 좋아지고 있지만, 오래된 건물의 보강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콜롬비아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는 지진의 규모가 아니라, 그 규모를 받아낼 건물과 도시의 준비 정도에 우리 안전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