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컨테이너선 아크로호가 러시아 쇄빙선의 에스코트 없이 북극해 약 6400㎞를 건너 부산 출항 22일 만에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이는 여름철 얼음이 얇아진 결과로, NSIDC 관측에서 2025년 겨울철 최대 해빙 면적은 1433만㎢로 위성 관측 이래 가장 작았다. 수에즈 대비 거리와 기간을 크게 줄이지만 계절성과 해마다 달라지는 해빙 상태, 보험·지정학 비용이 상용화의 변수인 만큼 매년 얼음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

팬스타그룹의 컨테이너선 아크로호(2800TEU급)가 부산을 떠난 지 22일 만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닿았다. 8월 22일 부산을 출항해 베링해협과 척치해, 동시베리아해, 카라해를 거쳐 북극해 약 6400㎞ 구간을 통과했다. 북극해에는 8월 31일 진입해 9월 9일께까지 약 열흘간 얼음 바다를 지났고, 9월 12일 영국 펠릭스토우를 거쳐 13일 로테르담에 도착할 예정이다. 국내 컨테이너선의 첫 북극항로 시범운항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북극해를 지나는 동안 러시아 쇄빙선의 에스코트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가 스스로 얼음을 깨며 나아간 게 아니라, 여름철 얼음이 그만큼 얇고 성글어졌다는 뜻이다. 이번 배에는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약 737TEU의 화물과 빈 컨테이너 100여 개가 실렸다.

Kirill Zhbakov
이 항로가 열린 배경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감소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관측에서 2025년 겨울철 최대 해빙 면적은 3월 22일 1433만㎢로, 위성 관측 이래 가장 작았다. 1981~2010년 평균인 1564만㎢보다 130만㎢ 넘게 적다. 남한 면적의 열 배가 넘는 바다가 한겨울에도 얼지 않았다는 뜻이다. 종전 최저였던 2017년 1441만㎢ 기록도 갈아치웠다.
겨울에 얼음이 덜 얼면 여름에 남는 얼음도 그만큼 얇아진다. 실제로 지난 7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조사한 척치해 북부 해빙은 대부분 두께 1m 이하였다. 아크로호가 쇄빙선 없이 북극해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얇아진 얼음 덕분이다.
여기서 사실과 전망은 구분해야 한다. 여름 한철 통과가 가능해졌다는 것이지, 연중 언제나 다닐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얼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어서, 이번 운항도 여름이라는 시기와 항로 선택이 맞아떨어진 결과에 가깝다.
경제성만 보면 매력적이다. 수에즈운하를 도는 기존 항로가 약 2만㎞인데, 북극항로는 약 1만3000㎞로 짧아져 운항 기간을 약 10일 줄일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2030년 이 길을 정기 노선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거리가 짧다고 곧바로 정기 운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북극항로는 계절을 크게 탄다. 얼음이 물러나는 여름에 열렸다가 겨울이면 다시 닫히고, 해가 바뀔 때마다 해빙 상태가 달라 운항 가능 기간도 매년 흔들린다. 여기에 보험료와 사고 위험, 러시아 해역을 지나는 데 따르는 지정학적 변수까지 비용에 얹힌다. 그래서 한 번 통과에 성공했다고 곧바로 정기선이 뜨는 것은 아니다.
여름철 일반 상선이 쇄빙선 없이 북극항로를 쓰는 것이 보편화되는 시점은 2040년대로 전망된다. 콜로라도대 연구팀은 이르면 2035년 북극에 '해빙 없는 여름'이 올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이번 운항은 그 흐름을 실제 화물선으로 보여준 첫 사례에 가깝다. 뒤집어 보면, 배가 지나갈 만큼 얼음이 줄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뱃길이 열렸다는 소식의 뒷면에는 그만큼 빨라진 북극의 온난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