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남부에서 규모 6.7 지진이 났지만 진앙이 안데스 산맥 내륙이고 진원도 얕지 않아 쓰나미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다. 쓰나미 위험은 지진 규모가 아니라 진앙이 바다 밑인지, 진원이 얼마나 얕은지, 단층이 수직으로 움직였는지가 좌우한다. 강진 뉴스에서는 규모와 함께 진앙 위치와 진원 깊이, 공식 기관의 쓰나미 발표를 확인하면 위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페루 남부에서 현지 시간 8월 20일 오후 1시 무렵 규모 6.7 지진이 났지만 쓰나미 경보는 나오지 않았다. 페루 해군은 곧바로 쓰나미 위협이 없다고 발표했고, 인명이나 재산 피해도 보고되지 않았다. 규모만 보면 상당한 강진인데 바다 걱정을 접어도 됐던 이유는 지진이 난 자리와 깊이에 있다.
먼저 진앙이 바다가 아니었다. 아야쿠초주 파리나코차스 지역, 태평양 연안에서 한참 떨어진 안데스 산맥 내륙이다. 위에 밀어 올릴 바닷물이 없으면 쓰나미는 시작될 자리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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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는 지진이 세다고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해저에서 단층이 수직으로 움직여 바다 밑바닥이 순간적으로 솟거나 꺼질 때, 그 위의 물기둥이 통째로 밀려 올라가면서 만들어진다. 반대로 단층이 옆으로 미끄러지듯 수평으로만 흔들리면 물을 크게 밀어내지 못해 큰 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세 가지 조건이 함께 맞아야 한다. 진앙이 바다 밑일 것, 진원이 얕을 것, 그리고 단층이 위아래로 움직였을 것. 진원이 깊으면 밑바닥까지 전해지는 변형이 줄어 해저면을 밀어 올리는 힘이 약해진다.
한국 기상청도 이 원리를 기준에 반영한다. 주변 해역에서 규모 6.0 이상의 해저지진이 나고 0.5~1m 해일이 예상되면 지진해일주의보, 1m 이상이 예상되면 지진해일경보를 발표한다. 규모 하나가 아니라 해저지진이라는 조건과 예상 해일 높이가 함께 붙는다.
이번 지진은 쓰나미 조건 세 가지 중 첫 번째부터 어긋났다. 진앙이 내륙이라 위에 바다가 없었다. 여기서 이미 해양 쓰나미 가능성은 사라진다.
진원 깊이도 얕지 않았다. 다만 출처마다 값이 갈린다. 일부 집계는 약 66km, 다른 집계는 약 99km로 전한다. 어느 쪽이든 해저면을 직접 밀어 올리는 얕은 지진과는 거리가 있는 중간 깊이다. 깊은 곳에서 에너지가 퍼지면 지표까지 오는 흔들림은 있어도 바다 밑바닥을 들어 올리는 힘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
정리하면 내륙이라는 위치가 쓰나미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았고, 깊이는 그 판단을 뒷받침한 조건이었다. 규모 6.7이라는 숫자만 떼어 보면 커 보이지만, 바다를 흔들 조건을 갖추지 못한 지진이었던 셈이다.
강진 소식에서 쓰나미 위험을 가늠하려면 규모 옆에 붙는 정보를 함께 봐야 한다. 다음 네 가지가 규모만큼 중요하다.
지진이 났을 때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해안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규모가 다소 작아도 진앙이 얕은 바다이고 수직 단층이면 경보가 나올 수 있다. 이번 페루 지진처럼 진앙이 내륙이고 진원이 깊으면, 숫자가 커도 바다는 대체로 잠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