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방 후드와 화장실 환풍기는 공용 배기관에 역류방지 댐퍼로 연결돼 있어, 후드를 켜면 댐퍼가 열리고 끄면 닫혀 외부 공기 유입을 막는다. 황사·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일 때 후드를 돌리면 실내가 음압이 되고 헐거워진 댐퍼 틈으로 바깥 먼지가 딸려 들어올 수 있어, 이때는 켜지 않고 닫힌 상태로 두는 편이 낫다. 조리처럼 후드가 꼭 필요한 순간엔 짧게만 쓰고 새는 틈은 커버로 막되, 급기 필터가 있는 24시간 환기장치는 반대로 켜 두는 것이 특보 날 실내 공기를 지키는 방법이다.
아파트 주방 후드와 화장실 환풍기는 대부분 세대별로 따로 뚫린 구멍이 아니라, 위아래 세대가 함께 쓰는 공용 배기관에 연결돼 있다. 이 연결 부위에 붙어 있는 것이 역류방지 댐퍼다.
원리는 단순하다. 후드나 환풍기를 켜면 빠져나가는 바람의 힘으로 댐퍼가 열려 배기가 이뤄지고, 끄면 댐퍼가 다시 닫힌다. 닫혀 있는 동안에는 옆집 냄새나 바깥 공기가 관을 타고 거꾸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준다.
정리하면 댐퍼는 평소 닫혀 있는 게 정상이고, 후드를 꺼 두면 외부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통로 하나를 막아 두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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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후드를 켤 때다. 후드가 실내 공기를 밖으로 뽑아내면 그만큼 집 안이 살짝 저기압, 즉 음압 상태가 된다. 빠져나간 공기의 빈자리는 어디선가 새 공기가 채워야 하는데, 창틈이나 현관, 다른 환기구 같은 틈으로 바깥 공기가 딸려 들어온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그 딸려 들어오는 공기가 곧 바깥의 먼지다. 댐퍼가 낡아 닫힘이 헐거운 집이라면 후드를 끈 뒤에도 강한 바람에 관을 통해 먼지가 새어 들 수 있다.
그래서 특보가 뜬 날 환기하겠다고 후드나 환풍기를 계속 돌리는 것은 오히려 먼지를 불러들이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기준은 대기 상태다. 에어코리아는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일 때는 자연환기를 자제하라고 권고한다. 창문 환기든 후드든, 바깥 공기를 들이는 행동을 줄이라는 뜻이다.
초미세먼지(PM2.5)는 36㎍/㎥ 이상, 미세먼지(PM10)는 81㎍/㎥ 이상이면 '나쁨'에 해당한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PM10 150㎍/㎥, 경보는 300㎍/㎥가 2시간 이상 이어질 때 내려지고, 황사경보는 PM10이 800㎍/㎥ 이상일 때 발령된다. 특보 문자가 왔다면 이미 '나쁨'을 한참 넘긴 상태다.
| 대기 상태 | PM2.5 대략 | 후드·환풍기 | 창문 환기 |
|---|---|---|---|
| 좋음·보통 | 35 이하 | 필요할 때 사용 | 가능 |
| 나쁨 | 36~75 | 조리 때만 짧게 | 자제 |
| 특보·황사경보 | 훨씬 높음 | 끄고 닫힘 유지 | 닫기 |
여기서 현실적인 고민이 생긴다. 특보가 떴는데 저녁을 볶거나 구워야 한다면 후드를 아예 안 켤 수는 없다. 조리 연기와 기름 입자를 실내에 그대로 두는 것이 바깥 황사를 조금 들이는 것보다 나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조리하는 동안만 후드를 켜고, 끝나면 바로 꺼서 댐퍼가 닫히도록 둔다. 굽거나 튀기는 요리가 아니라면 후드 세기를 낮춰도 된다. 창문을 활짝 여는 대신 오염이 덜한 쪽 창을 잠깐만 손가락 두 개 폭으로 여는 것도 방법이다.
혼동하기 쉬운 것이 후드·환풍기와 신축 아파트에 딸린 24시간 세대 환기장치(전열교환기)다. 둘은 특보 날 다루는 방향이 정반대다.
후드는 걸러 주는 장치 없이 공기를 밖으로 빼내기만 하지만, 세대 환기장치는 바깥 공기를 들이는 급기 쪽에 고성능 필터가 달려 있다. LH 주거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이 필터가 외부 미세먼지를 걸러 준 뒤 실내로 넣어 준다. 그래서 특보 때도 환기장치는 켜 두는 편이 낫고, 오히려 꺼 버리면 실내 공기가 정체된다.
단, 이 효과는 필터가 살아 있을 때 이야기다. 필터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고, 막힌 필터로는 정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봄철 황사철 전에 필터 상태를 확인해 두면 좋다.
댐퍼가 오래돼 헐겁다면 후드를 꺼도 바람이 셀 때 먼지가 들어온다. 이럴 때 쓰는 것이 후드나 환풍기 위에 덧대는 자석식 커버나 별도 필터다. 특보가 잦은 봄철에 잠깐 막아 두는 용도로 쓸 수 있다. 다만 커버를 붙인 채 후드를 켜면 배기가 안 되니, 조리 전에는 반드시 떼야 한다.
특보가 지나간 뒤에는 반대로 충분히 환기해야 한다. 밀폐하는 동안 쌓인 이산화탄소와 실내 오염물질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가 '보통'으로 돌아오면 마주 보는 창을 함께 열어 맞바람을 통하게 하고, 가라앉은 먼지는 물걸레질로 닦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