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남 해남에서 규모 2.1~2.2, 진원 깊이 약 20km의 약한 지진이 사흘 사이 반복됐지만 기상청은 피해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규모가 작고 진원이 깊은 지진은 대부분 위험 신호가 아니며, 폭우가 지진을 직접 유발했다는 명확한 증거도 아직 없다. 재난문자를 받으면 규모와 진도, 진원 깊이, 반복 양상에 더해 폭우로 약해진 경사지와 축대 같은 겹친 위험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실질적이다.
먼저 답부터 말하면, 이번 해남 지진은 재난문자가 뜰 만큼 반복됐어도 대부분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유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14일 오후와 16일 오전에 전남 해남 서북서쪽 21km 지점에서 규모 2.1과 2.2 지진이 잇달아 발생했고, 두 번 모두 진원 깊이가 약 20km로 깊었다. 최대 계기진도는 II로, 조용히 있거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만 흔들림을 느끼는 정도다.
지진 위험을 볼 때는 두 값을 나눠 봐야 한다. 규모는 지진이 낸 에너지의 크기이고, 진도는 특정 장소에서 실제로 느껴진 흔들림이다. 같은 규모라도 진원이 얕으면 지표 흔들림이 커지고, 깊으면 힘이 흩어진다. 규모 2점대에 깊이 20km라면 에너지도 작고 그 힘마저 땅속 깊은 곳에서 퍼지는, 걱정 신호와는 거리가 먼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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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178mm의 폭우가 쏟아졌고 사흘째 땅이 흔들렸다. 그러다 보니 비가 지진을 불렀다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든다. 실제로 학계에는 '언클램핑(unclamping)'이라는 가설이 있다. 짧은 시간 퍼부은 물이 단층 위 압력을 바꿔 윤활유처럼 단층을 미끄러지기 쉽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다만 여기서 사실과 가설을 구분해야 한다. 이 가설을 두고 상당수 과학자는 회의적이며, 폭우가 특정 지진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만한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 이번 해남 지진이 폭우 때문이라고 확정할 근거도 마찬가지로 없다. 시점이 겹쳤다는 사실이 곧 인과관계는 아니다.
폭우와 지진이 함께 왔을 때 실제로 더 신경 써야 할 대상은 흔들림 자체가 아니라 이미 물을 잔뜩 머금은 지반이다. 산사태는 큰비가 내릴 때만 나는 게 아니라, 토양이 물을 머금은 상태에서는 적은 비나 작은 진동에도 미끄러질 수 있다. 흙의 함수량이 올라가 무게가 늘고 마찰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사지 아래 집, 오래된 축대나 옹벽 근처라면 규모 2점대의 약한 흔들림도 이미 약해진 지반을 건드리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최근 4년간 복합재난 강도 지수 중앙값이 30년 평균의 약 3배로 뛰었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폭우와 다른 재해가 겹치는 상황 자체가 잦아지고 있다.
지진 재난문자를 받았다면 다음을 차례로 확인하면 판단이 선다. 첫째, 규모와 진도다. 진도 3 이하이고 규모가 2~3점대면 대부분 물적 피해는 없다. 둘째, 진원 깊이다. 수십 km로 깊으면 지표 영향이 작다. 셋째, 반복 양상이다. 군발성으로 흔들리되 규모가 점점 커진다면 그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넷째가 가장 실질적이다. 내가 폭우로 물 먹은 경사지나 낡은 축대 옆에 있는지, 곧 침수·산사태 위험 구역인지를 함께 따지는 것이다. 지진 자체보다 이쪽이 위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긴급재난문자와 마을 방송의 대피 안내가 나오면 그에 따르는 게 우선이다. 개별 지진 규모를 스스로 해석하기보다, 겹친 위험을 함께 보는 태도가 이번 같은 상황에는 더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