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호우로 영광에 24시간 344㎜가 쏟아지고 정읍에서 실종자가 나오는 등 하천 주변 피해가 이어졌다. 하천과 계곡 사고는 내 머리 위가 아니라 상류의 비에서 시작돼, 맑은 물이 몇 분 만에 흙탕물 급류로 바뀐다. 흙탕물과 부유물, 수위 상승 같은 첫 신호에서 짐을 두고 높은 곳으로 즉시 벗어나고, 불어난 물은 건너지 말고 119에 신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8월 말 중부와 남부에 쏟아진 비는 하천 주변이 얼마나 빠르게 위험해지는지 보여줬다. 영광에는 24시간 동안 344㎜가 내렸고, 전북 정읍에서는 8월 31일 오전 논 물꼬를 보러 나갔던 73세 남성이 실종됐다. 이번 호우로 실종 2명, 500건이 넘는 안전조치가 이어졌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위기경보를 '주의'로 올렸다.
하천과 계곡 사고의 핵심은 '지금 내 머리 위 날씨'가 아니라 '상류의 날씨'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내가 선 곳은 비가 잦아들어 하늘이 맑아 보여도, 상류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 하류 수위는 한순간에 치솟는다. 방금까지 졸졸 흐르던 맑은 물이 거센 흙탕물로 바뀌는 데 몇 분이면 충분하다. 물 근처에서 "지금은 괜찮아 보인다"는 판단이 특히 위험한 이유다.
수위가 얼마나 빨리 오르는지는 이번 호우에서도 드러났다. 충남 예산의 구만교는 밤사이 수위가 6.7m까지 올라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사람 키의 서너 배에 이르는 물이 하룻밤 사이에 불어난 것이다. 이런 속도 앞에서는 "물이 오르는 걸 보고 나서 피하겠다"는 계획이 성립하지 않는다. 피할 시간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물이 불기 전에 움직이는 것뿐이다.

Franklin Peña Gutierrez
물가에서 다음 신호 중 하나라도 보이면 이미 대피할 시점이라고 봐야 한다.
이 신호들은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흙탕물과 부유물은 상류에서 이미 물이 불었다는 뜻이고, 그게 내 앞까지 닿는 데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조금 더 지켜보자"가 아니라 첫 신호에서 움직여야 한다.
행정안전부 국민행동요령의 원칙은 단순하다. 하천 수위가 오르면 하천 주변에 접근하지 않고, 계곡이나 비탈면 가까이 가지 않으며, 이미 물가에 있다면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다.
움직이는 순서는 이렇게 잡는 게 안전하다.
특히 차량은 방심하기 쉽다. 하천변 도로나 물이 넘치는 낮은 다리(세월교), 지하차도는 물이 조금만 불어도 순식간에 잠긴다. 물이 차오르는 도로에는 진입하지 말고, 이미 물이 바퀴 절반을 넘겼다면 차를 두고 나오는 편이 낫다.
하천 근처에서의 안전은 물이 불어난 뒤에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자리를 뜨는 데서 갈린다. 비 오는 날 산책이든 이동이든, 상류 날씨를 한 번 확인하고 첫 위험 신호에서 망설이지 않는 것. 그 몇 분이 사고와 무사 귀가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