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교환기는 프리필터와 헤파필터 2단계로 외부 공기를 걸러 실내에 공급하는데, 미세먼지가 잦은 시기에는 필터에 먼지가 평소보다 빠르게 쌓인다. 프리필터 1~3개월, 헤파필터 4~6개월이라는 평소 주기를 그대로 지키면 여과 성능과 풍량이 떨어진 채로 환기하게 될 수 있다. 프리필터 오염도와 풍량 저하, 변색 같은 신호를 기준으로 교체 시점을 앞당길지 판단하면 된다.
전열교환기는 창문을 열지 않고도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들이고, 안의 탁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환기 장치다. 이때 나가는 공기의 열과 습기를 들어오는 공기에 옮겨 담아 냉난방 손실을 줄인다. 2006년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신축이나 리모델링하는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시간당 0.5회 이상 환기가 되도록 환기설비를 갖춰야 한다. 요즘 아파트 세탁실이나 다용도실 천장에 달린 네모난 함이 대개 이 장치다.
핵심은 공기가 그냥 들어오지 않고 필터를 거친다는 점이다. 대부분 두 단계로 걸러진다. 앞쪽 프리필터가 머리카락과 굵은 먼지를 잡고, 뒤쪽 헤파필터가 초미세먼지를 붙든다. 헤파필터는 정전기의 힘으로 PM2.5 같은 작은 입자를 끌어당기는데, EN1822 기준으로 H13 등급은 0.3㎛ 안팎 입자를 99.95% 이상 포집한다. 다만 아파트에 기본 장착된 필터는 H11이나 H12(세미헤파)인 경우가 많아, 초미세먼지까지 확실히 거르려면 H13으로 바꾸는 집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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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필터는 성격이 달라 관리법도 다르다. 프리필터는 촘촘한 그물망이라 물로 씻어 완전히 말린 뒤 다시 쓸 수 있다. 반면 헤파필터는 물에 씻으면 먼지를 붙잡던 정전기가 사라져 성능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헤파는 청소가 아니라 교체 대상이다.
평상시 기준은 대략 이렇다. 프리필터는 한 달에서 석 달에 한 번 꺼내 씻고, 헤파필터는 계절이 바뀔 무렵인 4개월에서 6개월 간격으로 새것으로 간다. 헤파를 교체할 때 프리필터도 함께 새것으로 바꾸면 메인 필터 위생에 도움이 된다. 씻은 프리필터를 덜 마른 채 끼우면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니 그늘에서 바싹 말려야 한다.
문제는 이 주기가 '보통 공기'를 전제로 한다는 데 있다. 바깥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이어지면 전열교환기가 그만큼 더 많은 먼지를 걸러내고, 필터에는 평소보다 빠르게 먼지가 쌓인다. 봄철 황사나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잦은 시기에 달력에 적힌 4개월을 그대로 기다리면, 마지막 한두 달은 이미 성능이 떨어진 필터로 환기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는 교체 시점을 날짜가 아니라 상태로 판단하는 편이 맞다. 고농도가 며칠씩 이어지는 주간에는 프리필터를 평소보다 자주, 이를테면 2주에 한 번꼴로 열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먼지가 눈에 띄게 앉았으면 주기와 상관없이 씻고, 헤파필터도 원래 예정보다 앞당겨 교체를 검토한다. 필터값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여과 성능이 떨어진 필터는 미세먼지를 그대로 통과시키거나 풍량을 떨어뜨려 환기 자체를 무력하게 만든다.
전문 장비 없이도 몇 가지 신호로 교체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 아래 항목 중 두어 개에 해당하면 점검 주기가 남았더라도 필터를 열어볼 때다.
프리필터는 대개 실내 그릴을 열면 손으로 빼낼 수 있어 직접 확인이 쉽지만, 헤파필터와 안쪽 전열소자는 위치와 분리 방법이 제품마다 다르다. 손이 닿지 않거나 구조가 낯설면 무리하게 뜯지 말고 제조사 매뉴얼이나 관리사무소를 통해 모델에 맞는 방법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결국 미세먼지가 심한 시기의 관리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정해진 주기를 맹신하지 않고 필터 상태를 자주 들여다보는 습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