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명을 태운 인도네시아 여객선이 기상 악화를 보고한 직후 자바해에서 연락이 끊겨 140명가량이 실종됐다. 선장이 남긴 파고 3m 조난 신호는 한국이라면 풍랑주의보가 발효될 수준으로, 악천후 항해의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객선을 탄다면 출항 전 기상특보와 파고·풍속 수치, 선사 결항 공지를 직접 확인해 탈지 말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인도네시아 여객선 '비르고 트랜스포트 8호'(Virgo Transport 8)가 현지시간 9월 13일 새벽 자바해에서 연락이 끊겼다. 배에는 243명이 타고 있었고, 지금까지 102명 안팎이 구조됐지만 1명이 숨지고 약 140명이 실종 상태다.
주목할 대목은 마지막 교신 내용이다. 선장은 연락이 끊기기 직전 기상이 나쁘다고 보고했고, 파도가 높아 배가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조난 신호를 남겼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당시 파고는 최대 3m까지 올라갔고, 연락이 두절된 시각은 새벽 2시 무렵이었다.
배는 동부 자바 수라바야를 떠나 보르네오섬 반자르마신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마지막 위치는 목적지 부두에서 약 148km 떨어진 먼바다였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출발 전후의 기상 악화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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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보고한 파고 3m라는 숫자가 낯설 수 있다. 한국의 기준에 대입하면 감이 잡힌다. 기상청은 바다에서 유의파고가 3m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 풍랑주의보를, 5m를 초과하면 풍랑경보를 발표한다. 풍속으로는 평균 14m/s 이상이 3시간 넘게 이어지면 주의보, 21m/s 이상이면 경보에 해당한다.
즉 이번 사고 당시의 바다는 한국이었다면 풍랑주의보가 걸릴 만한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인도네시아 해역에 한국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행자가 "3m면 어느 정도인가"를 판단할 때 쓸 수 있는 참고점은 된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한국에서는 선박이 조업과 운항을 멈추고 대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파도 3m는 작은 여객선이 정상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바다라는 의미다.
한국은 날씨가 나쁘면 아예 배를 묶어 둔다. 여객선 출항통제는 해상교통안전법과 관련 규칙(옛 해사안전법 시행규칙 별표10)에 근거한다. 풍속과 파고가 기준을 넘으면 운항관리자가 출항을 막는 구조다.
그래서 국내에서 태풍이나 풍랑특보가 걸리면 제주행·섬 지역 여객선이 무더기로 결항된다. 승객 입장에서는 불편하지만, 이 통제가 사고를 막는 1차 방어선이다. 배를 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개인 판단이 아니라 기준에 따라 강제로 결정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제는 해외다. 나라마다 기상 기준과 통제 강도가 다르고, 섬이 많은 동남아에서는 현지 소형 선박이 날씨와 관계없이 운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이라면 묶였을 바다에서도 배가 뜰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사고처럼 출발 시점에 기상이 이미 나빴거나 악화 중이었다면, 통제가 느슨한 환경에서는 여행자 본인의 판단이 마지막 안전장치가 된다. 현지 안내만 믿고 배에 오르기 전에 스스로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여객선, 특히 해외에서 소형 선박을 탈 계획이라면 출항 전 다음을 점검해 두면 좋다.
날씨가 확실히 나쁠 때는 대부분 결항된다. 판단이 어려운 쪽은 '애매한 날'이다. 이럴 때 특보와 파고 숫자를 직접 확인해 두면, 탈지 말지를 남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