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새벽 일본 이바라키현 남부에서 규모 5.9 지진이 나면서 여러 지역이 진도 5약을 기록했다. 진도 5약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포를 느끼고 걷기 어려워지며 책장의 무거운 책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단계다. 규모는 지진의 에너지, 진도는 그 자리의 흔들림 세기를 뜻하는 다른 개념이라 함께 봐야 상황이 정확히 잡힌다.

지진 뉴스에서 '규모 5.9'와 '진도 5약'이 나란히 나오면 헷갈리기 쉽다. 둘은 재는 대상이 다르다. 규모(매그니튜드)는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의 크기다. 한 번의 지진에는 규모 값이 하나뿐이다. 반면 진도는 특정 지점에서 실제로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나타낸다. 진원에서 가까우면 크게, 멀면 작게 나오기 때문에 같은 지진이라도 지역마다 진도가 다르게 찍힌다.
쉽게 말해 규모는 폭탄의 크기, 진도는 내가 선 자리에서 느낀 충격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규모가 커도 진원이 깊거나 멀면 지표에서 느끼는 진도는 낮을 수 있다.

barış erkin
'5약'이라는 표현이 낯선 이유는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을 쓰기 때문이다. 이 척도는 흔들림을 못 느끼는 진도0부터 진도7까지 있는데, 5와 6은 각각 약(弱)과 강(强)으로 한 번 더 나뉜다. 그래서 순서대로 0, 1, 2, 3, 4, 5약, 5강, 6약, 6강, 7의 10단계가 된다. 5약은 5강보다 한 단계 아래다.
한국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는 로마 숫자로 표기하는 계기진도(Ⅰ~Ⅻ)를 쓴다. 같은 '진도'라는 말을 써도 일본 척도와 한국 척도는 눈금이 다르므로, '진도 5약'을 한국 숫자와 곧바로 맞바꿔 이해하면 어긋난다.
진도 5약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포를 느끼는 단계다. 걷는 데 지장이 생기기 시작하고, 책장에서 무거운 책이 떨어지며, 고정하지 않은 가구가 움직이기도 한다. 서 있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위험하다'는 것을 몸으로 인지하게 되는 수준이다.
바로 아래인 진도4는 대부분이 놀라고 매달린 물건이 크게 흔들리지만, 걷기가 어려워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한 단계 위인 진도5강이 되면 하던 행동을 멈추게 되고, 찬장 안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고정하지 않은 가구가 넘어지기 시작한다. 진도6약부터는 서 있기조차 어렵다.
| 진도 | 사람의 반응 | 실내 상황 |
|---|---|---|
| 4 | 대부분 놀람 | 매달린 물건 크게 흔들림 |
| 5약 | 대부분 공포, 걷기 지장 | 책장의 무거운 책 떨어짐 |
| 5강 | 하던 행동 멈춤 | 찬장 그릇이 바닥에 떨어짐 |
| 6약 | 서 있기 어려움 | 무거운 가구가 이동·전도 |
8월 23일 새벽 일본 이바라키현 남부에서 규모 5.9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진원 깊이는 약 70km였고, 이바라키 오미타마시와 사이타마 가와구치시, 지바 우라야스시, 도쿄 아다치구 등 여러 지역에서 진도 5약이 관측됐다. 쓰나미 우려는 없었고, 사이타마현에서 2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규모 5.9는 결코 작지 않지만 진원이 70km로 깊었던 덕에 지표 흔들림은 진도 5약에 그쳤다. 규모와 진도를 함께 봐야 '얼마나 위험했나'를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로 비슷한 시각 제주 서귀포 동쪽 해역에서도 규모 2.2 지진이 있었지만, 계기진도 Ⅰ로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같은 날 지진이라도 규모와 진도에 따라 체감은 이렇게 크게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