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에서 18호 사우델·19호 나라·20호 개나리·21호 앗사니 등 태풍 4개가 동시에 활동하지만 기상청 예상 경로상 모두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여름 이중 열돔 고기압이 태풍의 북상 길목을 막아 중국·일본으로 진로를 틀게 하기 때문이며, 세력이 약한 앗사니는 25일 밤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전망이다. 태풍 개수보다 기상청 예상 진로와 고기압 배치 변화, 특히 고기압이 수축하는 초가을 태풍을 확인하는 것이 실제 대비 포인트다.

한꺼번에 태풍 소식이 네 건씩 들리면 불안해지기 쉽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상청 예상 경로 기준으로 지금 활동 중인 태풍 4개는 모두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보됐다.
현재 서태평양에서 동시에 도는 태풍은 18호 사우델, 19호 나라, 20호 개나리, 그리고 8월 24일 오전 괌 북서쪽 해상에서 생긴 21호 앗사니다. 사우델은 중국 쪽으로, 나라는 그보다 남쪽으로 향하고 있어 방향 자체가 한반도와 어긋나 있다.
가장 최근에 생긴 앗사니가 이번 관심의 초점이다. 하지만 세력이 강하지 않다. 발생 당시 중심기압은 998h㎩,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18m로 태풍 중에서는 약한 축에 속한다. 북북동쪽으로 움직이다 25일 오후부터 북서진하며 약해져, 이날 밤에는 열대저압부로 바뀔 것으로 전망됐다. 세력이 약한 데다 진로도 한반도와 멀어, 앗사니가 우리에게 직접 닿을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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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어디로 갈지는 바다 위 고기압의 배치가 좌우한다. 태풍은 스스로 방향을 고르는 게 아니라, 주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밀려 흐른다.
올여름에는 이중으로 발달한 열돔 형태의 고기압이 한반도를 넓게 덮고 있었다. 이 고기압이 벽처럼 버티면서 태풍이 북쪽으로 올라올 길목을 막았고, 그래서 태풍들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이나 일본 쪽으로 휘어 갔다. 앗사니가 한반도와 무관한 것도 같은 이치다. 개수가 아니라 이 고기압 배치가 방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태풍이 유독 잦은 것도 같은 그림의 뒷면이다. 주류 고기압이 평년보다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서태평양에는 태풍 발달을 막아설 것이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태풍이 많이 생기는 것과, 그 태풍이 한반도로 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이다.
여러 개가 동시에 뜨면 숫자에 압도되기 쉽지만, 실제로 확인할 신호는 정해져 있다.
먼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다. 태풍이 몇 개인지, 괌이나 필리핀 동쪽 먼 바다에서 새로 생겼다는 발생 소식 자체는 우리 날씨와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낮은 위도의 먼 태풍은 며칠 안에 약해지거나 다른 방향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앗사니처럼 발생 직후 세력이 약하고 곧 열대저압부로 바뀔 것으로 예보된 태풍이라면, 발생 뉴스만으로 불안해할 이유는 더 줄어든다.
정작 봐야 할 것은 진로다. 기상청이 내놓는 예상 경로가 한반도 쪽으로 휘는지, 발생 위치가 우리 가까운 고위도인지, 그리고 한반도를 덮던 고기압이 언제 물러나는지가 핵심이다. 고기압이 수축하면 그동안 막혀 있던 길이 열리면서 진로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이 변수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는 시기에는 태풍이 한반도로 파고들 틈이 생기고, 30도 안팎으로 데워진 바다는 가을 태풍에 충분한 에너지를 준다. 지금의 태풍 4개보다, 고기압이 물러나는 초가을에 올라오는 한 개의 태풍이 더 중요한 이유다.
정리하면, 태풍 개수는 불안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숫자 대신 기상청의 예상 진로와 고기압 배치 변화만 확인하면, 지금 뜬 4개 때문에 서둘러 대비할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