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반, 상륙 안 해도 남해안이 챙길 것
제24호 태풍 크로반은 현재 예보상 오키나와를 지나 일본 가고시마 남쪽으로 향하고, 기상청 경로에 한반도 직접 상륙은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태풍이 제주 남쪽과 동중국해를 지날 때 긴 주기의 너울이 남해안으로 전파돼 상륙 없이도 갯바위와 방파제를 넘는 높은 물결이 생길 수 있다. 진로 변수가 큰 만큼 특보를 기다리기보다 선박 계류와 어구·해안 시설물 점검을 맑을 때 미리 순서대로 끝내 두는 편이 안전하다.
크로반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제24호 태풍 크로반은 9월 초 현재 오키나와 동쪽 해상을 지나 일본 가고시마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기상청 통보문 기준으로 3일에는 오키나와 동남동쪽 약 320km, 4일 오키나와 북동쪽 약 160km, 5일 가고시마 남남서쪽 약 370km 해상까지 올라온 뒤 동남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세력은 3~4일 중심기압 992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23m로 가장 강해졌다가 이후 약해지는 흐름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지금까지 기상청이 내놓은 경로에는 한반도 상륙이나 직접 영향 가능성이 담겨 있지 않다. 국제 예보기관들도 크로반이 류큐 열도를 지나 일본 남쪽 해상에서 맴도는 진로로 보고 있다. 제주에 예보된 강풍과 높은 물결도 기상청은 크로반 때문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태풍 진로는 발표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 특히 크로반처럼 일본 남쪽에서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트는 태풍은 며칠 앞 위치의 오차가 크다. "직접 오지 않는다"가 아니라 "지금 경로로는 직접 오지 않는다"로 읽고, 하루 두세 번 갱신되는 통보문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상륙하지 않아도 특보가 내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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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멀리 지나가는데 남해안에 풍랑특보가 걸리는 건 모순이 아니다. 너울 때문이다.
먼 바다의 강한 바람이 오랜 시간 해수면을 밀면 큰 파도가 만들어진다. 이 파도가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주기가 짧은 잔파도는 사라지고, 주기가 긴 파도만 살아남는다. 그렇게 도착하는 너울은 에너지가 한곳에 몰려 있어,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에도 갯바위와 방파제를 갑자기 넘어설 수 있다. 태풍이 제주 남쪽이나 동중국해를 통과하면 그 파랑이 남해안까지 전파된다.
기상청이 2024년부터 너울 위험 예측 정보를 기존 동해안 중심에서 남해안과 제주 해안까지 넓힌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5년을 분석해 보니 태풍이 접근하는 시기에 남해안에서도 너울 위험이 자주 확인됐다. 즉 크로반이 일본으로 빠지더라도 남해안이 안전지대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남해안, 지금 순서대로 점검하자
대비는 급할수록 순서가 중요하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뒤 방파제로 나가 배를 묶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파도가 오기 전에 끝내야 할 일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 먼저 정보다. 기상청 태풍 통보문과 해상 특보를 오전·오후로 나눠 확인하고, 예상 진로가 서쪽으로 당겨지는지 본다.
- 배가 있다면 계류부터다. 계류 로프를 이중으로 매고 여유 길이를 확보해 조수 차를 감당하게 한다. 소형 선박은 가능하면 육지로 인양한다.
- 어구와 양식 시설을 고정한다. 부표·그물·적치물이 너울에 쓸려가지 않도록 묶고, 떠내려갈 만한 것은 미리 안쪽으로 옮긴다.
- 해안가 시설물이다. 간판, 천막, 야적물처럼 강풍에 날릴 것을 결박하고 배수구를 튼다.
- 마지막은 접근 자제다. 너울은 예고 없이 방파제를 넘는다. 파도 구경, 갯바위 낚시, 방파제 산책은 특보 해제까지 미룬다.
행동 기준은 단순하다. 크로반이 남해안으로 직접 온다는 예보는 지금 없지만, 상륙 여부와 상관없이 밀려오는 너울은 별개의 위험이다. 특보가 뜨고 나서 움직이면 이미 늦다. 배를 묶고 시설을 고정하는 일은 오늘 맑을 때 끝내 두는 게 맞다.